인터넷에서 불법영상물을 공유한 네티즌에 대한 대규모 법적 대응 움직임이 ‘대타협’으로 끝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31일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유정호 부사장은 최근 네티즌 2000여명이 개봉전 영화인 ‘킬빌2’ 등을 P2P사이트를 통해 무단 공유한 사건에 대해 “저작권 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충분히 불러일으켰다고 판단이 되면 법률대리인 측과 협의를 통해 단순 유포자에 대해서는 경고조치로 끝낼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본지 5월20일자 3면 참조
이 같은 발언은 이번 조치가 ‘보상’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음을 분명히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최근 법률대리인 측의 대응방식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인 영화사의 의중이 법률사무소의 대응방식 변화에 충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태원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자사가 수입한 ‘킬빌2’가 개봉하기도 전에 P2P 사이트 등을 통해 불법공유가 이루어지자 법률사무소 동녘에 대책마련을 의뢰한 바 있다.
그러나 태원 측이 경고조치로 문제해결에 나선다 해도 난관은 있다. 이미 합의금을 낸 공유자와의 형평성 문제다. 영화사 측이 소송 진행비용을 지급하고 나머지를 합의자들에게 돌려주는 융통성을 발휘할 수도 있지만 ‘돈’ 문제라 쉽지마는 않다. 또 태원엔터테인먼트 외에 동녘에 법률대행을 맡긴 권리자들 중에는 여전히 강경 대응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곳도 있다.
유 부사장은 “현행법상 불법복제의 근거지인 P2P나 웹디스크 업체에 대한 제재가 쉽지 않아 법률사무소가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안다”며 “타깃이 상습적이고 전문적인 불법 영상물 유포자였던 만큼 일반 사용자들에 대해서는 확실한 재발 방지책만 마련된다면 경고로 끝내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 부사장은 “단순 유포행위가 정당하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못을 박은 후 “대작 영화의 경우에는 불법 영화가 있어도 대형 화면으로 보기 위해 극장에 간다고 하지만 그 외의 영화는 엄청난 손해는 보고 있다”며 앞으로도 불법 영화 근절에 적극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편 ‘킬빌2’를 비롯해 ‘주온2’ ‘신설국’ ‘백지영의 성인콘서트’ 등의 저작권 관련 법률업무를 대행해온 동녘은 이들 영상물을 P2P를 통해 공유한 네티즌 수천여명을 적발해 10만원에서 50만원까지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일종의 조정절차를 거친 후 지난달 28일 이 중 20명에 대한 실제고소에 들어간 바 있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