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는 세계 명문…총장 맡아 자랑스러워"

“한국의 KAIST는 이미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했고, 전례 없이 이 대학의 총장이 된 것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서, 그리고 한국 최고의 과학기술 명문으로 꼽히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최초의 외국인 총장이 된 로버트 러플린 미국 스탠퍼드대 응용물리학과 교수(54)의 말이다.

 그는 1일 전자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자랑스럽다”는 말로 총장 선임 소감을 대신했다.

 기자와의 e메일에서 그는 과학에 대한 관심 확산은 전세계적인 동향이며, 자신의 비전과 KAIST의 비전이 유사하다고 언급했다.

 러플린 교수는 KAIST 총장 지원 동기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대해 “한국에 있는 친구들의 권유와 과학기술부 고위 관계자의 요청에 따라 지원하게 됐다”며 지원 배경에 대한 설명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한국의 과학대중화에서 중요한 것은 중국을 포함해 전세계의 과학에 대한 마인드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특히 경제적인 현실에 따라 과학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는 “과학기술자들의 임무는 포스트 산업사회에 견줄 수 있는 형태의 과학 재창조와 부흥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과학마인드의 확산은 중국을 포함한 전세계의 일정한 패턴”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리즘과 세계 일류대학을 지향하는 KAIST와 저의 비전이 유사합니다. 이에 따라 KAIST의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한다면 대학 경영상 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입니다.”

 그는 과학대중화에 대해 “구체적인 것을 밝힐 수는 없지만 많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한다”며 자신감을 표명했다.

 러플린 신임총장은 “특히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과학 바람은 중국과 미국, 서유럽, 일본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전세계적인 현상이기에 대안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공계 기피문제와 관련해 그는 “시장 측면에서 볼 때 이 문제가 해결돼야 할 과제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무엇이 과학이고 기술인지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학기술이 경제적으로 경쟁력을 갖춰 돈이 따라오게 되면 자연스레 학생들은 몰릴 것”이라고 나름대로 한국 이공계 기피 문제의 해결책도 제시했다.

 “한국의 과학기술과 IT는 미국이나 일본과 유사한 수준에 올라 있지만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분발해야만 할 것입니다. 제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중국에 의해 발목이 잡힐 것입니다.”

 한국의 IT산업에서의 KAIST의 역할이나 운영과 관련해서 그는 “당장 이용할 수 있는 정보가 없어 답변하긴 곤란하다”며 “KAIST의 엔지니어링 프로파일을 먼저 파악할 예정”이라고 짤막하게 덧붙였다.

 한편 KAIST는 유진 부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총장업무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연봉 계약 등을 위해 이번 주 안으로 미국 실리콘밸리 팰러 앨토시에 머물고 있는 러플린 신임 총장과 접촉할 예정이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