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코스닥 등록·퇴출 요건이 강화되면서 장외 기업이 코스닥 등록기업을 인수해 우회 등록하는 ‘역(逆) 인수합병(M&A)’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1월 이후 등록 및 비등록기업 간 인수합병이 완료됐거나 진행중인 것은 총 8건으로 이미 지난해 14건의 절반을 넘어섰다. 이는 최근 코스닥시장의 등록·퇴출 요건 강화로 인해 △부실 등록기업의 경우 등록상태 유지가 어느 때 보다 힘들어졌고 △장외기업은 반대로 코스닥 등록 요건을 충족시키기 어려워 보다 손쉽게 코스닥에 입성하려는 양측의 요구가 부합됐기 때문이다.
◇현황=지난 2월 등록기업 브레인컨설팅이 비등록기업 아이필넷과 흡수합병을 결의한 것을 시작으로 총 17개 기업이 8건의 역 M&A를 결의했다. 대부분 비등록기업의 최대주주가 상대 등록기업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로 등극한 후 이사회를 거쳐 흡수합병을 결의하는 절차를 밟았다.
이러한 역 M&A는 사실상 비등록기업의 우회 등록으로 이어져 이들 기업은 복잡한 등록 절차와 공모 비용 없이 코스닥 등록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배경 및 전망=역 M&A 증가는 △장외기업이 등록 관련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 △등록기업은 새로운 주인을 찾아 지분을 매각하고 재탄생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는 점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지난해 정부의 M&A 활성화 천명 이후 우회등록을 ‘머니게임’으로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이 줄어든 것도 작용했다.
대우증권 신동민 연구원은 “기존 사업에서 기회를 찾지 못한 장외기업이 사업 다각화를 목적으로 등록기업 인수에 나서고 있다”며 “수개월에 걸쳐 진행되는 신규 등록과정을 부담스러워하는 장외기업이 많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점=장외기업이 뚜렷한 사업 목적을 갖고 등록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합병이 끝난 뒤 기업을 되팔아 차익을 챙기는 머니게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코스닥위원회 등록심사부 이상우 과장은 “우회등록은 수익성이 좋지 않았던 등록기업은 물론 새로운 기회를 찾는 장외기업에게도 효과적인 방법”이라면서도 “하지만 장외기업이 합병 초기와는 달리 차익 실현에만 매달릴 수도 있는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는 사전에 합병 목적과 사업 의지 등을 충분히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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