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활자, 거북선, 한글은 우리나라 3대 발명품이다. 한글은 언어의 구조적인 면을 봐도 과학적이다. 누구나 쉽게 접하고 쓸 수 있도록 창안돼 이미 그 우수성을 세계에서 인정 받았다.
초등학교 입학시 가장 먼저 배우는 것 역시 한글이다. 모든 표현의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말에 이은 글의 배움이라는 모국어의 기본적 교육도 교육이려니와 이 땅에 사는 한 한번 배워 평생의 부가가치를 발휘하는 데 한글만한 것이 없다. 전 세계 자국어 습득률에서도 한국은 최고 수준이다. 문맹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한글의 경제적 가치는 문맹률과 반비례한다. 따라서 한글의 경제적 가치는 타 언어보다 훨씬 높다.
하지만 인터넷 환경에서 한글의 경제적 가치는 기대수준 이하다. 인터넷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인터넷만큼 영어의 선점효과를 누리는 경우는 드물다. 모든 인터넷 주소에서 전자우편까지 영어가 공용어다.
한글로 편지를 쓰면서 주소를 영어로 쓴다는 것은 언뜻 이해하기 힘들다. 물론 한국인끼리의 국제우편인 경우는 예외다. 하지만 한국인끼리 국내에서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발신인과 수신인의 주소를 영어로 써야하는 상황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한글의 경제적 가치에 앞서 자존심의 문제가 앞선다.
한글로 인터넷과 전자우편의 보내기, 받기가 가능하다면 한글을 쓰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경제적 가치를 따지고 보면 한글의 중요성을 새삼 느낄 수 있다. 한때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초(抄)관리 경영’이 관심을 끈 적이 있다. ‘초 관리 경영’이란 시간당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인의 임금을 초 단위로 나누는 방식이다. 심지어 커피 한잔 마시는 데까지 적용해 현실성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수치상 논리적 근거를 갖기에 충분한 산출방식이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은 203만6000원이다. 이를 법정 근무시간으로 환산할 경우 근로자 1초당 평균 임금은 2원29전. 이 경영기법을 도입했을 경우 우리나라 근로자의 초 평균 임금 또한 만만치 않다.
영문 전자우편 주소를 입력하는 데 소요되는 평균 시간은 33초라는 한 조사기관의 통계가 나왔다. 반면 한글로 전자우편 주소를 입력하는 데 걸린 소요시간은 평균 3초로 나타났다. 이를 전 근로자에게 적용했을 경우 연간 6587억원이나 된다. 전자우편의 주소 입력이 영어냐, 한글이냐에 따라 사회비용이 6600억원대의 보존과 손실로 나뉜다.
이뿐만이 아니다. 휴대전화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유선전화보다 더 사용이 많은 휴대전화의 경우 가입자 수는 3300여만명을 훌쩍 넘는다. 휴대전화의 전자우편이 일상화되고 있는 즈음, 한글 전자우편 주소 입력으로 1일 1인 60원의 통신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를 가입자 수와 곱할 경우 연 7260억원의 통신비용 절감효과를 가져온다. 인터넷 시대 한글의 경제적 효과를 느낄 수 있는 수치적인 예다.
홍보효과를 따지면 한글의 위력을 더욱 크게 느낄 수 있다. 제일기획미디어전략 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한글 전자우편 주소의 브랜드 홍보효과는 금전으로 환산하기 어렵지만 굳이 맞추어 본다면 연간 24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글 전자우편 주소의 홍보효과는 비용대비 광고노출효과가 큰 온라인광고 시장규모로 추정이 가능하다. 제품판매 촉진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정확하게 기대 이익을 추산하기란 무리지만 시너지를 생각한다면 한글 전자우편 주소의 위력을 실로 대단하다.
앞서 설명한 것은 한글 전자우편 주소의 경제적 가치일 뿐이다. 인터넷의 한글화는 사회봉사적 역할도 있다. 영어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세대도 있지만 한글 전자우편은 사용의 편의성으로 계층간, 지역간 정보격차를 해소하고 인터넷 사용자의 저변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국민과 정부의 쉽고 빠른 커뮤니케이션으로 전자정부 구현의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즉, 국가정보화 지수를 올리는 결정적 계기를 한글 전자우편 주소가 해낼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금전으로 그 가치를 따질 대목은 아니다. 하지만 국가정보화를 앞당기는 경제적 부가이득은 별다른 설명이 없어도 누구나 인지하는 사실이다. 전자우편의 한글주소 하나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자존심 회복뿐만 아니라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의 경제적 이익이다.
한글문화연대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시대를 살면서 영어의 중요함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한국이라는 울타리 속에서조차 영어가 난무하는 것은 스스로 한국인이길 포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정부의 행사도 온통 영어고 게다가 영어 약자로 표기하는 것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지 한심하다는 생각조차 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터넷 강국으로 자부하는 만큼 인터넷의 한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자랑스런 한글로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할 때 비로소 인터넷 자주국가, 인터넷 강국의 위상이 서게 된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의 한글화는 이제 시작단계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퇴화하는 한글을 보면 서글픔이 앞선다. 세계사에 빛나는 자랑스러운 한글이지만 인터넷에서의 자리는 별로 없다. 인터넷의 처음부터 전자우편까지 영어가 주도한다. 여기에 기하학적인 채팅어까지 난무한다. 한글의 설 자리는 더욱 없다.
첨단 마케팅의 첫걸음으로 인터넷의 한글화가 시발점이 돼야 함은 당연하다. 최고의 커뮤니케이션으로 각광받고 있는 전자우편에서 한글화가 시작돼야 하는 것도 정보화의 미래와 국민소득 2만 달러를 위해 하루 빨리 이루어져야 할 일이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한글 전자우편 주소 어떤 것이 있나.
한글 전자우편 주소는 어렵고 복잡한 영문 전자우편 주소를 한글로 업그레이드해 보다 빠른 전송을 가능케 한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전자우편을 보다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한글 전자우편 주소는 크게 기본형, 인기형, 전문형, 희망형으로 구분된다.
기본형은 소속기업을 나타내는 것으로 ‘홍길동@전자신문’과 같은 경우다. 기본형 한글 전자우편은 메일주소를 불러주는 사람에게 듣는 사람에게 모두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10∼20대 네티즌에게 ‘깜찍소녀@메일’이나 ‘널사랑해@메일’과 같은 기본형 한글 전자우편 주소도 정체성을 개성있게 표현하고 있다.
인기형 한글 전자우편 주소는 ‘사랑’ ‘겨울비’ ‘대한민국’과 같은 일반명사 단어들을 @뒷부분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영원한@사랑’ ‘슬픈이별@겨울비’ ‘꿈은이루어진다@대한민국’ 등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인기형 한글 전자우편 주소는 사용성이 높은 500여개의 일반명사들을 제공해 등록자들이 자신의 기호와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전문형 한글 전자우편 주소는 자신의 직업을 붙이는 것이다. 의사, 변호사, 대표이사, 예술인 등 전문직을 자신의 이름 뒤에 붙이면 명확한 신분확인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홍보효과도 겸해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
희망형 한글 전자우편주소는 부가서비스형태로 제공되는 것으로 ‘OOO@미소닷컴’, ‘고객상담@미소닷컴’과 같은 한글 전자우편 주소를 등록할 수 있다. 한글 전자우편 사용은 미소닷컴(http://www.miso.com)에서 등록할 수 있다.
*미니캠페인: 인터넷용어 이렇게 바꾸면 어때요?
브로드밴드(broadband)→넓은 띠, 광대역
통신네트워크가 발전하면서 널리 쓰인 말이 브로드밴드였다. 브로드밴드 인터넷이란 말이 고유어처럼 사용되기도 했다. 브로드밴드는 고속데이터 전송을 할 때 사용하는 음성대역 통신로보다 큰 대역폭을 갖는 통신로를 통칭한다. 2차선 도로보다 4차선 도로가 통행량이 많고 소통도 원활한 것처럼 통신대역폭을 넓힘으로서 동영상 등 각종 데이터를 많이, 빠르게 전송할 수 있다. 브로드밴드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용어로 순 우리말화할 때 넓은 띠, 혹은 광대역이란 말로 풀이된다. 광대역이란 단어는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므로 브로드밴드보다 광대역으로 사용하는 것이 이해하기에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