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 중국사장에게 듣는다](상)이상현 삼성중국본사 사장

중국이 심상치 않다.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9.1%를 기록하며 엄청난 시장으로 성장했고, 과열경기를 잡겠다는 한마디에 세계가 들썩거릴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다. 수천만명에 달하는 부유층의 소비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세계 각지의 기업들이 이 거대한 시장을 잡기 위해 중국에 진출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최근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닌, 세계 제일의 시장으로 중국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카리스마와 추진력을 갖춘 새로운 수장을 투입, 본격적인 중국 공략을 선언했다. 이상현 삼성중국본사 사장과 손진방 LG중국지주회사 사장을 베이징에서 만났다.

 

 “중국은 기회의 땅이자, 지옥의 땅입니다. 13억의 방대한 인구가 있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합니다. 섣불리 뛰어들었다간 낭패보기 십상입니다. 이 시장에서는 가격경쟁력 확보와 철저한 차별화만이 살길입니다.”

 지난해 취임한 이상현 삼성중국본사 사장(55)은 중국 시장 공략 방안을 이같이 한마디로 정리했다. TV 제조업체만 30∼40개가 되고 하이얼이나 TCL, 콩카 등 막강한 현지업체들이 버티고 있는 곳이 중국이다. 과거 제조 생산기지로만 인식됐던 중국은 이제 실제 판매를 통해 매출과 수익을 올리는 거대한 시장이 됐다. 또 현지화된 제품을 개발, 생산하기 위한 연구개발 기지로서도 변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베이징과 쑤저우에 각각 통신과 반도체연구소를 운영중이다. 소프트웨어는 물론 여러 분야의 R&D를 수행할 ‘삼성전자 난징연구소’도 조만간 문을 연다. 중국 현지 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기술 개발에 매진한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기술개발을 통한 고부가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시장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프로젝션급 이상의 TV 시장에서는 현지는 물론 일본 업체들을 제쳤다.

 삼성전자의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또 하나의 축은 유통망 강화다. 지난해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에 이어 올들어 선양과 청두에도 각각 판매법인을 설립했다. 대도시 연안은 현재 5개 판매법인이 직접 관리하고 중소규모 도시는 영업거점인 ‘판사처’를 통해 판매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이상현 사장은 “과거 생산라인이 위치한 지역을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졌던 ‘제판일체’를 탈피, 판매법인을 이용한 통합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라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전략을 바탕으로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올해 10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에는 휴대폰, 노트PC, 레이저프린터, 컬러모니터 등 67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를 위해 중국의 주요 연휴기간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마케팅도 벌일 예정이다.

 중국에서의 삼성의 위상을 보면 이같은 계획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아 보인다. 최근 삼성은 중국 경제신문인 ‘경제관찰보’가 선정한 중국내 존경받는 20대 기업에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16위에 선정됐다. 중국 정부 출연기관인 ‘중국발전연구기금회’가 조사한 기업별 브랜드 인지도 설문에서는 5위에 올랐다. 이상현 사장은 “최근 3∼4년새 삼성이 디지털 기업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며 “본사를 비롯해 세계 시장에서 진행중인 브랜드 전략과 제품력을 바탕으로 중국에서도 활발할 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또 중국 현지업체들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하이얼의 전략은 선난후이(先難後易)입니다. 어려운 미국 시장에 먼저 진출해 상당한 성과를 냈습니다. 이제 한국 환경에 맞는 제품을 들고 국내 시장을 뛰어난 가격경쟁력으로 공략한다면 결과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그들을 따돌리기 위한 차별화 전략을 미리 마련해 놓아야 합니다. 그것이 기술이든 디자인이든, 마케팅이든 하나만 확실하면 됩니다.”

 2002년까지 삼성전자 국내영업사업부의 수장으로 국내 IT 및 전자시장을 호령했던 이상현 사장이 중국 현지에서 국내 가전업계에 던지는 뼈있는 충고다.

 <베이징(중국)=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우리 회사 DB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