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은 하겠습니다. 그렇다고해서 무슨 압력단체처럼 자신의 이권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와 다국적 IT기업들이 공생할 수 있는 실질적인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들을 내놓을 것입니다. 투자유치를 위한 비즈니스모델(BM)도 함께 만들고 세계 IT시장의 흐름을 전달해 정책 입안하시는 분들에게 다양한 지식 풀(pool) 역할도 할 겁니다.”
신박제 필립스전자 사장(60)이 다시 중책을 맡았다. 지난 27일 발족한 ‘글로벌 IT기업 CEO 포럼’의 초대 의장에 선출된 것.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 외국기업협회 수석 부회장, 대한하키협회 회장 등 다국적 기업 CEO중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다양한 사회활동을 펼쳐온 그의 이력에 새로운 경력이 덧붙여진 것이다.
“평소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IT라는 공동의 이해 관계가 있고 무섭게 쫒아오는 중국의 공략에 위기감을 느껴왔던 터였습니다. 한국이 동북아 IT허브의 구심체가 된다는 것은 곧 저같은 다국적 IT기업의 한국사장의 입지도 넓어지는 것이죠.”
실례로 신의장이 그동안 펼쳐온 대외활동을 잘 들여다보면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었던 사례가 많았다. LG필립스LCD와 LG필립스디스플레이를 LG그룹과 합작설립한 것과 추가 투자를 유치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2002년 월드컵때 상암경기장을 필립스의 최첨단 조명으로 구축했는가 하면 민간 외교사절로서 외국 귀빈들을 응대하고 월드컵 행사를 후원하기도 했다. 얼마전에는 아시아 지역에서 개발된 필립스의 자동차 조명을 들여와 조립하고 다시 해외로 수출하는 후가공·물류센터를 우리나라에 설립했다. 우리나라의 첨단 IT인프라가 값싸고 품질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본사의 판단을 끌어냈기 때문이다.
“실제 살림을 살아본 사람이 뭐가 더 필요한지 압니다. 중국과 똑같이 캐시 그랜트 제도나 세제혜택만을 강조해서는 경쟁이 안됩니다. IT를 기반으로 한국만이 제공할 수 있는 뭔가 다른 것이 있어야 설득이 가능하죠. 글로벌 IT CEO 포럼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질 것입니다.”
그는 현재 25개사로 이뤄진 글로벌 IT CEO포럼을 정례화해 회원사가 100여개로 늘어나면 사단법인 협회로 전환할 생각이다. 대외 협력이나 우리나라 IT시장조사 업무를 강화하기 위해 세부 분과도 만들기로 했다.
“테스트베드로서 뒤질 것 없는 IT인프라, 숙련된 IT개발 인력, 앞선 노하우들이 우리나라 IT산업의 강점”이라는 신의장. 우리나라가 싱가폴, 홍콩, 상하이를 제치고 동북아 IT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그가 또 어떤 저력을 발휘할지 관심이 쏠린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