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메뉴와 커서 위치를 보지 않고도 훤히 알 수 있는 스크린 리더, 헤드세트처럼 머리에 쓰고 입으로 프로그램을 조작하는 헤드마우스, 손 대신 발을 사용하는 발 마우스, 일반 제품보다 글씨가 4배나 큰 키보드 등등...
3일부터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정보통신 보조기기 전시회’에는 장애인, 노인 등이 PC 등 정보통신 기기와 프로그램을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각종 솔루션이 한 자리에 모인다. 이번 행사는 6월 정보문화의 달을 맞아 일반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보통신 기기 활용 및 정보 접근이 어려운 장애인도 언제 어디서나 제약 없이 IT로 인한 혜택을 얻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산화 제품, 가격·품질 경쟁력 부각=그동안 점자 단말기 등 정보통신 보조기기는 대부분 외산 제품 일색으로 가격이 보통 수백 만원 대에 달해 일반인이 구매하기에는 사실상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에서는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한 품질이 우수하고 가격도 저렴한 국산 제품들이 대거 출품돼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한글과컴퓨터(대표 백종진)는 지난해 말 출시한 아래아한글2004에 최근 스크린리더 기능을 추가, 이번 전시회에 ‘아래아한글2004 HNCAA’를 선보인다. 이 제품은 시각 장애인이 아래아한글을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메뉴, 기능 선택 유무, 편집 영역에 입력한 텍스트 내용 등을 스크린리더에서 음성으로 출력해준다.
장애인을 위한 각종 솔루션을 저가에 보급해온 파라다이스복지재단(대표 정원식)은 다양한 장애를 가진 학습자의 특성에 적합하게 설계된 교육용 소프트웨어와 장애 진단용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힘스코리아(대표 윤양택)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형 휴대 컴퓨터인 ‘브레일 한소네’를 출시,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이 제품은 컴퓨터로 입·출력되는 모든 내용을 음성 합성으로 읽어주고 연속된 점자 셀에 의해 점자로 읽어 줌으로써 점자를 잘 모르는 시각 장애인도 사용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헤드마우스 등 독특한 제품 눈길=스크린리더 등이 대체로 일반인에게도 알려진 제품이라면 헤드마우스, 디지털토킹북, 저시력용 화면 확대기 등 독특한 제품들도 다양하게 전시된다.
비주얼렛(대표 권상남) 등이 출품하는 헤드마우스는 이름 그대로 두 손이 불편한 장애인이 헤드세트처럼 머리에 마우스를 쓰고 입으로 불거나 명령어를 말하는 것만으로 인터넷은 물론 게임까지 즐길 수 있는 제품이다.
한국농아인협회는 청각 장애인이 일반인과 전화통화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통신중계서비스(TRS)를, 한리텍 등은 음성으로 전자책 등을 읽어주는 디지털토킹북, 넥스월드 등은 큰 글씨와 버튼을 지원하는 한글키보드 등의 홍보에 나선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접근기술연구과 홍경순 과장은 “이번 전시회는 유비쿼터스 시대가 도래하면서 장애인들도 불편 없이 정보통신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아직 관련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된 것은 아니지만 국산 제품들도 속속 출시되고 있어 관련 제품 보급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