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지쯔, 서버개발 제휴 의미와 전망

유닉스의 강자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변신을 위한 첫발을 내딛었다.

전세계 5000여명의 고객사와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2일 개막한 ‘선 네트워크 2004’에서 조나단 슈왈츠 사장은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기존의 비즈니스 방식과 사업 모델에 대해 대대적인 손질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지난 4월 스콧 맥닐리 회장으로부터 COO 자리를 넘겨 받은 슈왈츠 사장이 밝힌 새로운 비전의 핵심은 △기존 유닉스 중심의 하드웨어 사업 다변화 △ 자바 솔루션 사업 확대 △유틸리티 컴퓨팅 기반의 새로운 판매 방식 도입 △ 모바일과 RFID 등 유비쿼터스 컴퓨팅 사업 강화 등으로 요약된다.

이를 통해 기존 중대형 유닉스 중심의 사업 모델에 대대적인 변화를 주겠다는 생각이다. 서버 시스템 부문에서 후지쯔와 포괄적인 제휴를 체결한 것은 이같은 변화의 핵심이다.

선이 후지쯔와 공동으로 개발해 2006년 선보이겠다고 발표한 APL(Advanced Product Line) 프로젝트를 들여다 보면 선의 계산이 그대로 드러난다. 선은 이 제품이 선의 ‘선 파이어’와 후지쯔의 ‘프라임 파워’ 등 기존 유닉스 제품을 교체할 것이며 스팍칩, 솔라리스 운용체계를 탑재할 것으로 소개했다. 또 선이 솔루션 사업 확대를 위해 집중 투자하고 있는 ‘자바 엔터프라이즈 시스템’ 등이 포함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와 관련 데이비드 옌 수석 부사장(스르풋시스템)은 “APL에 탑재되는 칩은 후지쯔가 개발하고 있는 스팍64Ⅵ이 될 것”이라며 “향후 선은 SW 분야에 보다 주력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그간 양사가 독자적으로 개발해온 스팍 칩이 하나로 통일되고 또 APL 시스템 제조 및 생산에 있어서도 어떤 형태건 공동 보조를 취하게 됨에 따라 선의 유닉스 사업은 원가 측면에서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더욱이 선은 영업 및 마케팅 등에 있어 후지쯔라는 강력한 지원군을 확보하게 된다.

특히 선은 APL에 자사의 자바 엔터프라이즈 시스템을 탑재시킴으로 장기적인 비전으로 추구하고 있는 하드웨어와 자바 솔루션 서비스를 함께 판매하는 사업 모델을 앞 당겨 실현할수 있게 됐다.

자바 솔루션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선의 행보도 주목된다. 이번 행사에서 선은 서버용 솔루션을 통합한 ‘자바 엔터프라이즈 시스템’과 데스크 톱용 패키지인 ‘자바 데스크 톱 시스템’ 등 2종의 신 제품을 선보였다. 또한 고객이 일정 금액만을 내면 이들 제품을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판매 방식을 6월말부터 도입키로 공식 발표했다.

이밖에 공공 부문의 경우 국가별로 요금을 차등 책정하는 정책을 발표하고 ADM 옵테론 기반의 범용 침 서버 사업 및 모바일과 RFID 등 유비쿼터스 컴퓨팅 사업, ID 관리 분야의 사업 등을 강화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같은 전략이 성공한다면 유닉스의 강자인 선은 환골탈퇴하게 된다. 로엔드(저가형) 제품에서 부터 미드레인지, 하이엔드 등을 망라할 뿐 아니라 솔루션, 서비스 사업까지 아우르는 컴퓨팅 업체로서 IBM, HP 등과 전방위 경쟁을 벌이게 된다. 또 자바라는 오픈소스 솔루션으로 데스크 톱 시장까지 공략하게 됨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의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할 전망이다.

<상하이(중국)=이창희 기자 changhlee@etnews.co.kr>

◆한국지사들도 `한마음 한뜻`

후지쯔와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양사의 서버 공동 개발을 골자로 한 전략제휴가 사실로 확인됨에 따라 한국후지쯔와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등 양 지사 조직 변화에 업계의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2일 본사에서 밝힌 공식 입장에 따르면 각국 지사에 관련된 내용은 “두 회사는 고객에게 업계 최고의 서비스와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서 세계 각 지역의 강점을 살려 판매·제조면에서도 협력해 갈 것”이라는 정도의 언급이다. 또 양사의 공동 개발 제품이 출시되는 시기가 2006년도라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지사 조직 변화를 점치는 것은 다소 이른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양사의 조직 변화는 다소 낮은 수준이라 할 지라도 예상보다 빨리 진행될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다. 한국후지쯔 고위 관계자는 이번 본사 발표에 대해 “효율화를 위한 결단인 만큼 제품이 출시되기 전에도 양사가 영업 시너지 효과를 올릴 수 있는 방안이 우선 마련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일률적인 지침이 아닌 각국과 지사 사업 수준에 따라 차별화된 형태로 조직을 운영하는 것으로 안다”며 “본사 차원에서 국내 조직 운영 방안 마련을 위한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관심사는 양 지사간 ‘공조’ 수준으로 모아지고 있다. “일부 지역은 조직 통합 수준까지, 일부 지역은 공동 개발 및 판매 형태로 이뤄질 것”이라는 한국후지쯔측의 설명을 고려할 때 그야말로 지사 단위의 합병부터 별도 법인을 통한 공동 영업 조직 운영, 광범위한 사업 제휴 등 몇 가지 방법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후지쯔 관계자는 “한국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세 번째 방법이 우선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한국후지쯔는 메인프레임을 비롯해 금융·유통 등의 분야와 SI 사업에서 활약하고 있고, 한국썬은 광범위한 로앤드급 유닉스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썬이 100% 간접 판매로 SI에서 취약하다거나 선 본사 차원서 관계를 맺고 있는 삼성그룹 공략 등을 고려할 때 두 지사간 사업 제휴는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HP와 한국IBM 두 기업과 큰 격차를 나타내고 있는 양사의 공조가 ‘제2의 HP-컴팩’ 합병 효과를 불러오며 서버 시장을 3강 구도로 재편할 것인지 주목할 만 하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