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포털들이 독식해온 국내 게임 퍼블리싱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국 2500여개 게임 개발사들은 한게임·피망·넷마블·엠파스 등 기존 대형 포털을 통한 게임 출시가 왜곡된 지배구조로 흐르고 있다고 판단, 게임방·콘솔업체들을 통한 ‘변방위’ 유통사업을 본격 모색하고 나섰다.
특히 올초부터 온라인게임이 콘솔·PC패키지로 방향전환이 되는가 하면, 포털들이 거느리는 이용자 규모도 게임사업을 실질적으로 밑바탕을 두기보다 ‘허수’에 가깝다는 지적이 일면서 온라인 퍼블리싱 구조 전반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게임방 연계 퍼블리싱 추진=문화관광부와 공동으로 건전 게임방 ‘G2존’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쿠도F&S는 전국에 구축되는 오프라인 게임방 네트워크를 게임 퍼블리싱에 연계시키는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쿠도F&S는 최근 전국 게임업체를 대상으로 앙케이트 조사와 DM발송 등을 통해 업계 저변의 퍼블리싱 구조 변화요구를 취합하고 있다. 쿠도F&S가 구상하는 오프라인 게임방 연계 퍼블리싱사업은 개발사들이 유저들의 요구와 동떨어진 ‘자가당착’을 개발에서부터 극복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갖는다. 실제 게임방에서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게임평가를 데이터화해 개발과 업그레이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쿠도F&S는 앞으로 50여개 개발사들과 정식 계약을 맺고, G2존 네트워크를 활용한 퍼블리싱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콘솔 분야에 능력있는 업체들 몰려=국내시장에 ‘자족’하기 보다 세계시장을 보고, 플레이스테이션(PS)와 X박스 등을 퍼블리싱 통로로 활용하는 기업도 꾸준히 늘고 있다. 판타그램이 이미 X박스와 손을 잡았고, 넥슨 등 10개 알짜 개발사들도 PS쪽에 줄을 댄 상황이다. 내년 ‘X박스2’가 공개되고, 연말 플레이스테이션포터블(PSP) 등 새 기종들이 줄줄이 출시되는 것도 개발사들의 참여의지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포털들만 바라보던 개발사들에 콘솔시장의 이 같은 약진은 분명 큰 유혹이 아닐 수 없다. 세계시장에 승부를 걸 수 있는 국산 게임의 탄생도 기존 포털보다는 콘솔에서 나올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포털 스스로 변화 노력을=지금까지 피망, 한게임, 넷마블 등 이른바 게임포털 ‘3대 천왕’들은 개발사들에 횡포에 가까운 퍼블리싱 구조를 강요해왔다. 하지만 이 질서는 세계적 수준의 게임을 만들어낼 수도, 유통시킬 수도 없는 구조적 모순을 자체내에 품고 있다. 개발사들은 ‘상하관계’로 고착된 지금의 포털 퍼블리싱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한 개발사 대표는 “지금까지 포털들은 게임개발의 질적 향상을 통한 산업 키우기에는 무관심한 채, 줄세우기와 독식구조로 자기 배만 불려왔다”며 “개발작을 건전하게 육성할 수 있는 유통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불십년’. 포털들이 스스로 변화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 10년 뒤에도 개발사들 위에 군림할 수 있기는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