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이 중국 사업의 기틀을 닦는 기간이었다면, 다가올 10년은 이 기반을 바탕으로 재도약을 이뤄 중국에서 1등 LG를 달성하겠습니다.”
손진방 LG전자 중국지주회사 사장(57)은 중국 사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다. ‘한국인 최초 중국 영구거류증 취득’ ‘외자기업인 최초 톈진시 투자환경 특별감사위원 위촉’ 등이 손 사장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손진방 사장의 중국내 활동에 대해 중국정부가 보낸 감사의 표시이기도 하다.
LG전자는 휴대폰과 PDP, LCD TV 등 프리미엄 제품을 내세워 고급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한창이다. 전자레인지나 에어컨만으로는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의 자리매김이 어렵다는 판단 아래 제2의 도약을 선언했다. 1등 LG의 가장 중요한 거점인 중국을 손진방 사장이 맡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95년 톈진법인장으로 중국에 들어온 손진방 사장은 부임 이후 매년 40%의 법인 성장을 주도하며 중국내 전자레인지 2위, 에어컨 4위의 쾌거를 일궈낸 주인공이다. 또 중국어로 막힘없이 연설할 정도로 현지에 밀착해 중국정부로부터 칙사대접까지 받을 정도다. 중국 시장에 대한 가능성과 기대가 높아지면서 LG전자는 지난 1월 톈진법인장이던 손진방 사장을 중국지주회사 사장으로 임명, 중국 사업 전체를 맡겼다.
손 사장이 이끌어온 톈진법인이 톈진시로부터 6년 연속 최우수 외자기업에 선정되고, 지난 95년 파산 직전의 국영기업을 ‘커나이(KENAI)’를 인수해 몇 년만에 글로벌 경쟁력 갖춘 기업으로 일궈낸 점이 인정된 것이다.
“LG전자 중국본부는 90년대 초부터 작년 말까지 총 15억달러를 투자하며 중국 각 지역에 20개 법인과 베이징, 상하이, 선양 등 9개 지역에 영업본부를 운영중입니다. 지난해 약 7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 100억달러 매출이 예상됩니다. 2005년에는 150억달러까지 늘리는게 목표입니다.”
이같은 실적을 위해 손 사장이 내세운 전략은 철저한 현지화다. 손 사장은 “베이징이나 상하이에 다녀왔다고 해서 중국을 보고 왔다고 말하지 말라”고 단언한다. 중국은 각 지역마다 너무나 판이한 색깔과 성격이 있어 일부를 보고 전체를 말할 수 었다는 것. 각 지역의 환경과 특성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내야 한다는 게 손 사장의 생각이다. 이 때문에 R&D센터에서부터 상품기획 인력까지 모두 중국에 두고 있다.
손진방 사장의 목표와 비전은 현지에 토착화된 ‘중국 LG’를 만들고 제품별로 톱3 안에 진입하는 것이다. 생산·마케팅·인재·R&D의 현지화 등 ‘4대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현지의 경영요소를 최대한 활용, 경영성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중국내 각 법인의 종업원 3만1000여명 가운데 98.7%가 현지인으로 구성했다.
주요 공략 품목인 PDP나 LCD TV 등은 막강한 제품력을 기반으로 고소득층을 본격 공략할 예정이다. 또 앞으로는 GSM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해 점유율을 높여나갈 생각이다.
또 중국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되는 것 역시 또 하나의 목표다. 이를 위해 불우이웃돕기, 스포츠 문화행사 개최 등 각종 사회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손진방 사장이 생각하는 중국 국민은 유연한 사고와 뛰어난 적응력을 지닌 사람들이다. “중국은 55개 민족이 함께 살고 있는 국가입니다. 자연스럽게 글로벌라이제이션을 하고 있는 셈이고요. 이들의 패턴을 연구해 시장에 진입한다면 중국은 충분히 성공 가능한 곳입니다. 단, 철저한 현지화 원칙은 지켜야 합니다.”
중국통 손진방 사장의 중국에서의 경영철학이다.
<베이징(중국)=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