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기업(RTE: Real Time Enterprise)’ 전략이 국내 그룹사와 대기업의 차세대 기업 정보화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 들어 삼성전자·LG전자·동부그룹 등 주요 대기업과 그룹사들이 RTE 구현을 위한 프로세스혁신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IT인프라 개선 및 확장에 적극 나서면서 기업 IT투자의 새 지향점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RTE란=가트너그룹이 주창하고 있는 RTE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아 비즈니스 기회 확대, 유연한 의사결정 및 고객 대응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월마트·GE·델·시스코 등 해외 선진기업들을 중심으로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RTE는 다양한 IT인프라의 융합을 통해 기업의 최고 경영진(C-레벨)에서 현장 실무진, 나아가 외부의 공급망·협력사·고객 등을 아울러 실시간으로 프로세스와 정보가 공유되는 기업 환경을 지향하고 있다.
가트너는 ‘또 다른 기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6시그마, 적기생산(JIT) 기법, 확장형 ERP(ERPⅡ),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BPM) 등이 제공하는 통찰력과 방법론, 원칙을 결합하는 것’으로 RTE를 정의하고 있다.
◇국내 동향=RTE는 삼성전자·LG전자·포스코·동부그룹 등 국내외에 대단위 제조 사업장을 보유한 대기업과 그룹사 등을 중심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부 금융기관과 전자정부 등에도 이 같은 개념을 적용한 시스템 구현이 추진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새로운 경영전략인 ‘디지털 e컴퍼니’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적 툴로 RTE를 상정, 글로벌ERP와 BPM 등을 중심으로 RTE체계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가트너와 함께 차세대 IT청사진을 마련한 삼성은 올해 말 완성되는 고객관계관리(CRM)에 이어 전세계 80여개 법인·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ERP 개선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이와 함께 대형 BPM인 ‘삼성통합관리시스템(SIMS)’을 구축, 국내외 조직에 산재한 업무프로세스를 자동화해 핵심업무에 대한 집중도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글로벌 비즈니스 차원에서 신속한 의사결정과 시장대응 체계를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RTE 구현에 나서고 있다. 이미 재무·생산·구매 등 부문의 공급자협업(SCS)·글로벌공급자협업(GSC)·글로벌공급망계획(GSCP) 등 시스템을 구축한 LG는 오는 8월 ‘전사 플랜토피아’ 체계를 완성, 국내외 전 법인과 협력업체를 수평·수직으로 연계한 실시간 의사결정체계를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또 EAI·B2Bi, 해외 법인의 모바일 영업자동화(SFA) 등에 이어 향후 차세대 전자태그(RFID), 멀티 콘텐츠의 통합 송수신이 가능한 차세대 네트워크 인프라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성과주의 경영체계 구축에 주력해 온 동부그룹도 지난달 RTE 방법론 구축을 위한 태스크포스를을 구성했다. 동부는 오는 8월 IT 프레임워크와 핵심성과지표(KPI), 구현 방법론 등을 결합한 RTE 패키지를 완성, 제강·화학·건설·전자·화재 등 그룹 내 주요 계열사에 전파할 계획이다.
◇전망과 과제=일각에서는 RTE가 새로운 개념이 아니며 추상적인 개념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모든 기업에 적합하지도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위기경영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경영전략 차원에서 다양한 형태로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RTE가 경영전략 이슈로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RTE 비즈니스 모델, RTE 구축 방법론, 관련 IT 솔루션 등의 확산과 이를 채택한 한국형 준거(레퍼런스) 사이트의 등장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삼성SDS·LG CNS 등도 그룹사 내 레퍼런스 확보를 위한 사업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 가트너그룹은 최근 RTE를 향한 국내 기업들의 행보와 IT인프라에 주목하고 다음달 중 관련 전문가를 한국에 보내 정부·전경련, 기업 관계자 등을 만나 동향 분석에 나설 예정이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