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도 교육이다](6)학교가 앞장선다-①게임을 이용한 교육 사례

게임은 인간 심성을 피폐하게 만들고, 특히 학생들의 경우 학업을 방해한다는 선입견이 강하다. 그러나 게임도 교육에 직접 활용되는 사례가 점점 더 늘고 있다. 게임이 곧 교육의 상승작용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게임이 훌륭한 교육통로로 이용되고 교육적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로 가깝게 다가서고 있다. 유해환경으로 인식되던 것을 유익환경으로 변환하는데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1. 중앙대에 다니고 있는 김동희(26·상경학부 경영학4)씨는 지난해 2학기 특별한 수업을 경험했다. 온라인게임 ‘거상(http://www.gersang.co.kr)’을 이용해 ‘콘텐츠 비즈니스 경영 전략’이라는 경영학 강의를 이수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심시티·캐피털리즘 등 일부 PC게임이 대학 커리큘럼의 일부 교재로 활용된 적은 있었지만, 한 학기 정규 강의가 온라인게임을 이용해 이뤄진 것은 ‘거상’이 처음이다. 수업은 팀 프로젝트 형식으로 진행, 학생들은 3∼4명이 한 팀을 만들어 직접 게임을 하면서 주어진 공동 과제(퀘스트)를 완성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동일한 조건에서 출발해 각 팀 전략에 따라 재산, 레벨, 신용도 등이 달라진다. 강의 후 평가는 어느 팀이 얼마나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무역을 하느냐에 따라 점수가 매겨졌다.

 퀘스트는 △물품사기 △농장에서 일하기 △장사에 필요한 짐꾼 고용하기 등 무역을 하는데 있어 기본적인 진행방법을 습득하는 것에서부터 신용등급을 높이고 좌판을 이용한 상거래, 경매를 통한 물품 구입 및 판매까지 모두 포함됐다. 학생들은 주어진 과제를 얼마나 전략적으로 수행했는지에 대한 리포트를 작성해 최종 평가를 받았다.

 김동희씨는 “대학생활을 통털어서도 매우 이색적인 경험이었고, 수강이후 자연스럽게 게임이 대한 관심이 깊어지고 즐기게 됐다”며 “무조건 게임이 빠져, 시간과 체력을 허비한다는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나에게 있어 게임은 자양분이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번 학기에 역시 온라인게임 ‘군주(http://www.goonzu.com)’로 진행되고 있는 ‘인터넷비즈니스 전략론’ 강의를 또 수강하고 있다.

 

#2. 내달 학사장교 소위로 임관하는 박지훈(27·학원강사)씨는 영어 만큼은 ‘똑소리’가 난다. 영어를 전공한 탓도 있지만 진짜 영어실력이 키워진 것은 자신이 시삽으로 있는 다음카페 ‘토익스(http://cafe.daum.net/toeics)’를 통해서다. 토익스는 실전 토익영어 공부를 시험정보나 기출문제 유형분석으로 진행하지 않는다. 게임나라닷컴이 제공하고 있는 온라인 토익대전게임 ‘토익넷(http://www.toeicnet.com)’을 통해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실력을 키운다.

 1300명에 이르는 토익스 카페회원들은 ‘정모(정기모임)’를 오프라인에서 진행하지 않는다.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이 오프라인에서 만나 흥청망청 대는 술자리를 만든다거나, 일부 탈선으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 더없이 신선한 시도다. 토익스 회원들은 정모를 토익넷에서 갖는다. 서로 대전형식으로 토익테스트를 치르면서 모임을 갖는 것이다.

 박지훈 시삽은 “처음에는 실제 토익시험에 얼마나 도움을 줄까하면서 반신반의했지만, 실제 문제유형에 대한 적중률도 높고 리그전을 통해 틀린문제를 반복적으로 풀면서 실력을 키울 수 있었다”며 “입소문이 퍼지면서 회원들의 반응도 적극적이다”고 말했다.

 박씨는 오는 11월까지 훈련 때문에 토익넷 게임에 다소간 소홀할 수 밖에 없겠지만, 훈련이 끝나면 한결 자유로운 장교신분으로 토익스 커뮤니티를 계속 이끌어갈 계획이다. 전역후에도 전업 영어강사를 꿈꿀 정도로 박 씨에게 토익넷은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삶의 진로가 되버린 셈이다.

 

#3. 게임포털 넷마블은 지난 2001년초부터 오락성과 교육효과를 동시에 갖춘 게임들에 학교 이름을 걸어 유저들의 자존심 대결을 유도하는 이른바 ‘학교대항전’으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회원 가입시 또는 ‘학교등록’ 메뉴에서 모교를 선택해 등록하면 게임을 할 때마다 모교의 이름으로 승점이 자연 집계되어 학교 전체 순위를 매기게 된다. 매달 우승한 학교는 넷마블의 명문학교로 등록된다.

 현재 넷마블은 교육효과와 오락성 등 ‘두마리 토끼’를 모두잡는 퀴즈 교육게임인 ‘퀴즈마블’을 비롯해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높은 ‘테트리스’와 ‘카르마온라인’에 학교대항전을 적용하고 있다. 고등학교때부터 학교대항전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 박민석(인하대·pjy2243)씨는 “고교 반친구들과 함께 등록해 졸업후에도 모교이름으로 계속 활동중”이라며 “일종의 길드형식이지만, 같은 학교라는 커뮤니티 기능이 더욱 강화돼 친구들과의 소속감을 한층 높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저인 변정훈(수원대·lds2384)씨는 대학교 입학후 넷마블에 가입해 게임을 즐기다가 우연히 학교대항전을 접하게 된 경우다. 그는 대항전에 등록된 학교 명단을 살펴보다가 모교인 중학교가 등록돼 있어 가입하게 됐다. 그는 “그동안 연락이 끊겼던 은사를 찾기도하고, 동창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며 “친구들과 길드를 생성해 함께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으며, 선후배와 선생님들이 모교 발전을 함께 고민하는 장이 되기도 한다”고 이용소감을 밝혔다.

 이렇게 게임속에 자연스럽게 생성된 커뮤니티는 최악의 취업난 속에 사회에 진출한 선배로부터 조언을 듣고, 취업 정보를 얻는 창구로도 훌륭하게 이용되고 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토익넷 이용 미국 SAT 만점자 이효섭군

 게임나라닷컴이 제공하는 영어학습게임 ‘토익넷’의 진가가 올초 이 게임 이용자인 이효섭(17·conspicuous·사진)군이 독학으로 미국 수능시험격인 SAT에서 1600점 만점을 받으면서 재확인됐다.

 이 군은 ‘온라인 토익넷 토너먼트대회’ 무제한 급에서 3연승을 기록하며 이미 토익넷 유저들 사이에선 최고의 영어영재로 꼽혀왔다. 국내 최고의 명문으로 꼽히는 민족사관고까지 자퇴하고, 혼자서 미국 유학을 준비하며 토익넷을 접하게됐다는 이 군은 “토익넷에서 뛰어난 영어고수를 많이 만나 공부에 좋은 자극제가 됐다”며 “즐기면서 공부하는게 가장 큰 학습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같다”고 말했다.

 장래 의료선교사로 활동하고 싶다는 이 군은 온라인게임 ‘토익넷’으로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 하나를 갖게됐다. 이 군에게 게임 토익넷은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통로가 되어준 것이다.

*인터뷰: 황상민 연세대 교수

“축구 경기는 거창하게 생각하고, 컴퓨터 게임은 우습게 여기는 사회적 편견부터 없어져야 교육에도 게임의 긍정성이 더욱 크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게임 자체가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직접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간접 경험과 사회적 가치 인식의 교육과정이라고 역설한다.

 그는 “자제력을 잃고 게임에 빠져들고, 현실과 가상을 구분 못하는 정도의 망각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훨씬 많은 청소년과 어린이들이 게임속에서 사회성을 배우고 판단력을 키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그것이 바로 게임의 교육적 속성”이라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또 “문학 전공자가 책을 갖고 공부하는 게 하등의 뉴스거리가 되지 않듯, 게임을 통해 수업하고 학문탐구까지 이뤄진다고 해서 문제될 것이 없다”며 “앞으로 이같은 추세는 더욱 보편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학업능력과 게임이 서로 반작용만 한다는 논리에도 황 교수는 분명히 손을 저었다.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강연에서 황 교수는 이 부분에 가장 역점을 둬 설명한다.

 “부모세대에 세상을 배우고 인식하는 방법이 문학이나 영화였다면 지금의 아이들은 게임을 통해 세상에 대한 눈을 뜨고, 상대방과의 관계, 경제적 가치, 성취감 등을 터득합니다. 그것이 어른들의 경험과 다르다고 해서 폄하해서는 안됩니다. 게임을 하면 공부를 못한다는 이분법적 억지로 아이들을 다그쳐서는 아이들이 세상을 향해 열어놓을 수 있는 창 하나를 막아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교육 현장에 쓰이기 시작한 게임. 이제 게임을 향한 사회적 시각도 한차례 꺼풀을 벗을 때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