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의 국내 보안업체가 중국에 ‘올인’하고 있다. 현재 만들어진 시장의 규모도 작지 않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고 앞으로 예측이 어려울 정도의 성장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일부터 4일까지 열리고 있는 ‘인포시큐리티차이나2004’에서 국내 11개 보안업체가 유일하게 공동관을 구성한 것도 만리장성을 넘자라는 의욕의 출발이다. 중국에서 돈을 번 한국기업은 하나도 없다고까지 이야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국내 보안업계의 중국 시장 공략은 성공할 수 있을까. 현장에서 만난 중국의 보안산업 관계자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국내 보안업계의 중국 공략 성공 여부를 진단해본다.
◇보안 제품 수요 늘어난다=중국이 기회의 땅이라는 것은 중론이다. 주중대사관의 차양신 정보통신참사관은 “올림픽과 서부대개발이라는 국가적 사업으로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 열기가 높은 만큼 보안제품에 대한 수요도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정보보호 인증 제도도 보안제품의 수요를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제도는 주요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에 일정 수준 이상의 정보보호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이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충칭, 선양, 시안 등 중국 내 6개 도시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국 정보보호 시장 및 기술동향 조사’에서도 이러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정보보호시장은 앞으로 4년 동안 연평균 31%의 높은 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며 2003년 기준으로 중국 내 보안시장의 규모는 전체 IT시장의 5% 정도인 150억위안(한화 약 2조1000억원)에 이른다.
보안제품에 대해 중국 정부 인증을 주는 CTEC의 웡쩡훼이 부소장은 “한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정보보호 인증제도를 중국에서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한국 등 먼저 이 제도를 도입한 나라의 장단점을 조사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능은 기본,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대다수의 중국 현지 전문가들은 한국 보안제품의 성능에 후한 점수를 주는 분위기다. 중국 네트워크 장비 시장 2위 업체인 스다과기의 후시앙둥 부사장은 “기가비트 보안제품의 경우 시스코나 넷스크린 등에 뒤지지 않는다”며 “실제 시장에서도 한국의 기가비트 보안제품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출 26억위안(한화 약 3900억원)에 통신분야 시스템통합(SI)의 절대강자인 이양신통의 리젠 부사장 역시 “작년부터 중국 업체가 한국 보안업체와 협력관계를 갖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데 이는 한국 보안제품의 높은 성능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성능은 합격점을 받고 있지만 여기까지는 기본이다. 중국이 세계 자동차업계의 격전지인 것처럼 보안시장에도 내로라하는 세계적 보안업체가 모두 진출해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결국 세심한 배려에서 승부가 갈린다고 판단한다.
리젠 이양신통 부사장은 “한국 보안업체는 높은 품질에 비해 기술 지원이 늦은 감이 있다”고 지적했으며 후시앙둥 스다과기 부사장 역시 “단지 하나의 제품을 판매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토털솔루션을 염두에 두고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 시스템통합 업계 6위에 해당하는 타이지지산지의 리우화이송 사장은 “중국은 국토가 넓어 사용방법을 가르치기 위한 기회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성능은 물론 편의성이 좋아야 한다”며 “한국 제품은 성능에 비해 사용방법이 어려운 편”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