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드디어 하이훙과의 중국 최대 게임포털 ‘아워게임’ 공동운영을 위한 최종계약을 마무리했다. 무려 1000장이 넘는 계약서에 한장한장 사인을 하는 동안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향후 NHN의 비전과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그래서인지 현재 NHN 성장의 전기를 마련했던 네이버와 한게임의 합병 당시보다 더욱 긴장이 됐다.
중국시장 진출을 검토한 것은 2년전부터이고 본격적인 준비는 1년전부터 시작했다.처음에는 일본진출 때처럼 특공대 파견형식을 고려했었다. 그러나 중국은 확실히 일본과 상황이 달랐다. 사이트는 다소 허술하지만 동시접속자수로 따지면 수십만명에 이르는 아워게임, 차이나게임과 같은 절대강자들이 있었다. 시간적으로도 맨주먹으로 들어가 기반을 닦기에는 촉박했다.
우선 파트너 물색에 들어갔다. 중국은 특히 외국기업에 대한 규제와 반감이 크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파트너 결정이 사업성공의 반을 차지한다. 그러던 3월 어느날, 경영진 회의 도중 NHN차이나로부터 긴급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캉 지엔 하이훙 사장이 급하게 만나고 싶다는 것이었다. 하이훙은 중국 최대의 게임 포털인 ‘아워게임’을 운영하고 있는 회사 아닌가. 속으로 파트너 협상 대상 1순위로 꼽아놓고 있었다.
갑자기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다음날 바로 이해진 부사장과 단둘이 상하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흥분도 되고 잠도 제대로 이룰 수 없었다. 상하이의 한 외진 호텔에서 캉 지엔 사장을 처음 만났다. 호남형에 서글서글한 인상의 캉 사장과 몇 마디를 주고 받다 보니 왠지 좋은 예감이 들었다.
사실 하이홍과는 2년 전 중국 진출을 검토하면서 몇 번 접촉한 일이 있었다. 덕분에 양사 비즈니스에 대해 서로의 이해가 빠른 편이었다. 그리고 그 호텔에서의 2박 3일 마라톤 회의 끝에 아워게임 공동운영에 관한 양사 제휴의 밑그림이 만들어졌다.
아워게임은 60만명의 동시접속자수를 확보한 중국에서는 독보적인 게임포털이지만, ‘큐큐(QQ)’등 신흥강자의 도전에도 직면해 있었다. 특히 거대한 회원을 기반으로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고 있던 참이었다. 중국에서 파트너를 물색 중이던 NHN과 이해관계가 잘 맞아 떨어졌다.
협상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마치 천만대군을 얻은 기분이었다. 중국 성공전략의 핵심인 최고의 파트너와 손을 잡았고, 아워게임의 60만 동시접속자수에 한게임의 비즈니스 모델을 결합하면 큰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물론 장미빛 환상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항상 조심스레 지켜봐야 하는 시장이고, 그 기회만큼 리스크가 큰 것도 사실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어렵게 얻은 씨앗이니, 정성스레 돌봐 꽃을 피우는 일만 남았다. 풍성한 꽃을 피울 수 있을지 부담은 되지만, 자신은 있다. 좋은 파트너와의 제휴를 통해 서로의 문화를 동화시키고 시너지를 창출하는 일, 이것이 NHN의 강점 아닌가. NHN이 한·중·일을 아울러 아시아 최대의 인터넷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