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소재가 경쟁력이다]소재를 이끄는 산학연의 리더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국 산업의 체질을 강화한다.’

척박한 전자 소재 사업 토양 속에서 끊임없는 연구개발 활동을 펴 온 전문 연구자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자 소재 분야는 전자공학과 재료공학, 물리, 화학 등 다양한 학문의 종합 연구와 협력을 통해 발전할 수 있는 분야이고 이런 고차원의 연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 우수한 연구 인력, 즉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세트 제품 위주로 산업이 발전하면서 핵심 전자재료 분야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졌고 이로 인한 경쟁력의 한계가 문제로 지적돼 왔다. 대규모 투자와 효율적 생산 시스템 구축을 통해 완제품 업체의 경쟁력은 높아졌지만 핵심 재료·소재 기술을 일본 등 해외에서 주로 들여오면서 국내 업체들은 ‘남 좋은 일’만 해왔다는 반성이 높다. 핵심 재료소재 기술의 해외 의존으로 기업들은 수익성 및 경쟁력의 한계를, 관련 연구자들은 척박한 연구 환경을 감내해야 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 속에서도 묵묵히 관련 분야 연구의 한길을 파온 전문 인력들이 산업계 및 학계, 각 연구 기관 등에 퍼져 있다. 최근 반도체·LCD·휴대폰 등 주요 디지털 산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이 세계를 주도하고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면서 국내의 전자 재료·소재 관련 기업들은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으며 오늘을 위해 실험실에서 땀흘려온 연구자들의 노력도 빛을 보게 됐다.

동현수 제일모직 상무는 1998년 제일모직 EMC 사업팀장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전자재료 사업에 몸담았으며 현재 제일모직 상무로서 전자재료 사업을 이끌고 있다.

피케이엘의 최상수 연구소장은 우리나라 포토마스크 연구의 1세대다. ETRI 연구원을 시작으로 20년 가까이 포토마스크를 연구하고 있다. 130∼120㎚급 포토마스크를 상용화했으며 현재 90㎚급 포토마스크 상용화 기술과 65㎚급 포토마스크 기술에 필요한 단위공정을 연구중이다. 위상반전 포토마스크의 개발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PDP의 재료가 되는 파우더 부문 연구자로는 대주전자재료 정경원 연구소장과 휘닉스PDE 김경채 연구위원 등을 꼽을 수 있다. 김경채 위원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PDP 핵심 재료인 글라스파우더 및 상하판 유전체용 파우더 재료의 국산화를 주도했다. 정경원 소장도 PDP용 격벽재료 및 각종 세라믹 파우더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동진쎄미켐 전자재료사업부의 박정문 사장은 현재 포토레지스트·CMP슬러리·컬러레지스트·액정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동진쎄미켐의 전자재료사업부를 이끌고 있다. 동우화인켐의 송형수 연구소장은 1991년 동우화인켐 설립과 함께 연구소장으로서 부임,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인 프로세스 케미컬 및 에천트, 포토레지스트 등의 자체 개발에 성공, 국산화에 크게 이바지해 왔다.

KCC금강고려화학의 최근묵 박사는 반도체를 비롯, 화학·건축·생활용품 등 거의 모든 산업에 필수 재료로 쓰이는 실리콘의 합성에 성공, 실리콘 국산화의 길을 연 인물이다. 최근묵 박사는 14년간 실리콘 합성 연구에 매진, 미국·일본 등의 대형 화학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던 실리콘 시장의 문턱을 낮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쓰리엠의 이인희 박사는 바이오 및 고분자 분야에서 성과를 나타냈으며 한국쓰리엠의 비즈니스 전략을 개발하고 있다.

각 대학과 연구소 등 학계에서도 전자재료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연구자들이 포진해 있다.

KAIST 김호기 교수는 MLCC 및 세라믹 파우더의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고주파 전자재료인 MLCC의 원료가 되는 세라믹파우더의 연구 개발을 통해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 확보에 일조했다. 모터 기동용 PTC 서미스터, ITO박막분석 및 평가기술, 압전세라믹 센서, 전해질 및 인터커넥터 재료의 물성에 관한 연구, VCO용 레조네이터 및 SMD형 통신용 필터 기본 조성 개발 등의 연구 성과를 냈다. KAIST 산하 부품소재 전문 교육기관 엠덱의 소장이기도 하다.

건국대 김용배 교수는 국내 디스플레이용 액정 분야를 개척한 인물이다. 김 교수는 산업자원부가 선정한 디스플레이 분야 차세대성장동력산업 사업단 단장을 맡아 활동중이다. 또 그는 95년부터 G7 프로젝트로 진행해온 차세대 평판디스플레이 개발사업에 참여, TFT LCD용 액정개발 과제를 수행했다.

서울대 차국헌 교수는 반도체 칩의 속도 향상에 필수적인 저유전 물질의 개발에 기여했다. 이 물질은 회로선폭 0.13㎚ 이하의 미세 반도체 개발을 앞당겨 반도체 재료의 수입 대체 및 경쟁력 강화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포항공대 이규철 교수는 직경을 수∼수십㎚까지 조절할 수 있는 세계 최고 품질의 나노막대를 개발했다. 이 나노막대는 발광효율과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킨 차세대 초소형 디스플레이 및 초소형 발광소자 개발의 전기가 될 전망이다.

요업기술원 김광진 선임본부장은 세라믹 소재를 이용한 제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모터 기동용 PTC 서미스터, 세라믹 기판 전극을 이용한 바이오센서 등을 개발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