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SW업체 단체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 동안 외산 SW업체들의 기세에 눌렸던 토종 SW업체들이 분야별 이익단체를 구성해 해당 산업 발전과 회원사의 권익보호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업계의 움직임은 정부 유관기관들이 국산 SW 활성화에 힘을 싣고 있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외산이 주도하고 있는 국내 SW시장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 분야별 단체 활동 본격화=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회장 정병철)는 10일 토종 중소SW업체를 대변하는 단체 ‘중소SW솔루션협의회’의 창립총회를 개최한다. 이 협의회는 국산 중소SW업계의 사업환경 개선과 대정부 건의를 위해 조직됐다. 협의회는 특히 대·중소기업간 협력관계 활성화와 불공정하도급 거래관행 개선 등 시장 현안에 대해 적극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계획이다.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BPM)전문업체들은 BPM 시장 활성화와 해외시장 진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BPM코리아포럼’을 발족키로 하고 다음달 창립총회를 갖는다.
백원인 BPM코리아포럼 회장은 “국내 BPM 솔루션은 외산 솔루션보다 기술력이 앞선다”며 “시장 활성화는 물론 응용기술 개발과제 지정과 같은 대정부 건의활동도 적극 펼칠 방침”이라고 운영방침을 설명했다.
이밖에도 리눅스협의회(회장 최준근)가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산하 공개소프트웨어포럼(회장 이용태)의 분과회원으로 참여, 진흥원이 추진하는 국내 공개소프트웨어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키로 했다.
◇시장 현안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단체를 중심으로 한 SW업체의 목소리는 의외로 강하다. 최근 한국ERP협의회(회장 김용필) 소속 22개 국산 ERP 업체들은 소프트웨어 유지 보수료를 공급가격 기준 현행 8%에서 두 자릿수로 올리기로 전격 합의했다. 동종 업계가 동시에 유지보수료를 올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수요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료관시스템업체들은 8일 조달청 담당관을 초빙, 업계의 목소리를 모아 관계당국의 대책마련을 적극 요구할 예정이다.
이 같은 업계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최근 공공기관 프로젝트에 국산 SW를 적극 도입토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SW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건의문’을 채택해 정통부, 산자부, 행자부 등 관련 부처에 전달했다. 건의문에는 시장기반 조성, 제도 및 공정경쟁기반 조성, SW전문성 강화, 수출 활성화 등 4개 분야 23개 항목에 대한 SW업계의 건의가 들어 있다.
◇토종SW 부상하는 전기=이 같은 움직임은 SW시장에서 토종이 부상하는 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미 공공기관에서 국산SW를 도입하고 있으며 수출도 늘어나고 있다.
과학기술부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대신 한컴오피스를 전면 도입키로 했다. 강원도와 정보통신부도 외산 사무용 SW를 국산으로 대체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전자정부 로드맵 과제에서도 국산 솔루션의 채택이 가시화되고 있다. 업무프로세스관리(BPM)솔루션 전문업체인 핸디소프트가 국내 SW업체로는 처음으로 미국에서 유저콘퍼런스를 개최하며 토종SW의 거대기업 탄생을 예고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분야별 솔루션 업체들이 단체를 중심으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장단기적으로 국산 SW산업 활성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문제점 개선에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여주고 해외시장 개척에도 공동 보조를 취한다면 국산 SW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큰 몫을 담당할 것이란 지적이다.
김동억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부회장은 “국산 SW업체들이 개별적으로 볼 때 기술력과 제품에서 국제 시장에서도 겨뤄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각종 협의회와 단체를 중심으로 내수 시장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해외 시장 개척에 공동으로 나선다면 올해 SW수출 목표액 10억달러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김 부회장은 “모처럼 업계가 자율적으로 산업 활성화에 나서고 있는 만큼 이 같은 노력이 국산 SW산업의 르네상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