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공급망 관리시스템 구축에 나선 삼성·LG 등 대기업들이 협력 업체를 대상으로 전자정보 소재의 핵심요소인 물질 조성 내용 공개를 요구하고 있어 일부 협력 업체들로부터 자사 핵심기술에 대한 외부 유출 우려를 사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환경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면서 덩달아 환경유해 물질 대상 종류도 확대되고 있는 등 선진국의 환경 규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선 협력 업체의 제품 성분을 사전에 세부적으로 파악, 집중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에 있는 등 양측은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LG 등 대기업들이 친환경 생산 체제로 전환하기에 앞서 원부자재의 제품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납·6가 크롬·수은·카드뮴·난연재 등 6개 환경 규제 대상 물질의 포함 여부와 주요 물질 성분을 기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완제품 및 조립 업체의 이 같은 요구에 대해 특수 수지·컬러레지스터·표면처리약품·PDP 용 파우더·무연솔더 등 분야에서 수년간 연구개발한 끝에 나름대로 물질 노하우를 축적한 주요 전자정보 소재 업체들은 매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이는 제품 특성상 전자정보 소재가 다양한 화학 물질들로 구성되거나 일정 비율로 돼 있어 이를 공개한 후 만의 하나 경쟁 업체로 유출될 경우 후발 업체가 이를 바탕으로 손쉽게 시장 진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특히 전자정보소재 업체들은 새로운 조성법을 개발, 특허 등록을 할 때 전략적으로 노하우 유출 방지 차원에서 모든 구성 재료와 조성법을 일일이 적어 놓지 않고 있어 대기업의 물질 공개 요구는 협력업체의 특허전략과 배치되고 있다.
이와 관련, JSR 한 관계자는 “컬러레지스트의 경우 물질 성분에 따라 색재현성 등의 품질에 차이가 나서 핵심노하우”라며 “경쟁 업체가 성분과 구성비를 모두 알면 초기 개발 단계에 쉽게 선발 업체와 유사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전자정보소재 업체들은 납품한 제품에서 6가지의 환경 유해 물질 유무만을 기록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전자 재료 업체 한 관계자는 “완제품 업체의 녹색 구매 시스템 운용에 대해 전혀 불만이 없다”며 “물질 성분 내용 등은 업체의 노하우인 만큼 공개 유무를 협력 업체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LG 등 대기업들은 선진국의 미래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취해진 불가피한 환경경영시스템의 일환일뿐더러 원부자재의 물질 성분 기재에 따른 기술 유출 우려는 기우라고 반박했다.
삼성SDI 한 관계자는 “선진국들이 현재 6가지 유해 물질 외에도 니켈 등 29개 물질을 환경 유해 관찰 물질로 논의하고 있는 등 향후 어떤 물질이 새롭게 규제 대상 물질로 거론될지 알 수 없어 사전 대응 차원에서 협력 업체 제품의 물질 성분을 관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LG전자 한 관계자도 “선진국은 물론 우리나라도 생산자재활용책임 제도를 도입, 제조 업체는 폐기물의 발생량을 최소화하고 재활용을 극대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반드시 전자 제품의 소재 성분을 파악·분류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LG전자 측은 “물질을 분석해 그 원료들로 다시 원자재를 만든다 해도 같은 특성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