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내년도 이공계 정원 축소를 염두에 두고 있는 4년제 대학들이 고민에 빠졌다.
각 대학 관계자들이 교육의 질적 하락과 이공계 기피 현상 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정원축소방안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정작 대학 운영 수입 감소에 대한 대비책이 없기 때문.
고민이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일 교육인적자원부가 내년도 전문대학 정원을 올해보다 5995명 줄어든 28만7179명으로 확정하는 등 입학정원을 줄이는 정책을 발표했다. 4년제 대학 정원 축소에 대한 압박은 더욱 높아진 셈. 특히 62개 전문대학들이 정보통신(IT) 분야에서 모두 5229명을 줄이는 등 이공계 대학 정원 축소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어 4년제 대학들의 고민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축소에는 공감=서울대·연대·인하대 등이 공대 정원 축소 계획을 내놓은 가운데 공대 정원을 중심으로 한 대학 정원 축소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윤대희 연세대 공대 학장은 “이제는 창의적인 고급 인적 자원을 양성할 수 있는 대학 교육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시기”라며 “연간 8만명이 배출되는 공과대학 졸업생 정원을 줄이고 고급 엔지니어와 기업 경영자, 법조인 등 다양한 분야의 리더를 양성하는 방향으로 대학이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도 지난달 힐튼호텔에서 열린 ‘한국의 이공계 인력 양성 강화를 위한 국제회의’에서 “이공계의 질적 향상을 위해 대학정원의 감축과 교육과정의 개혁이 시급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공대 학장은 물론 대학 총장들 사이에서도 이공계 정원 축소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현실적으론 불가=매년 6월이면 내년도 대학 정원 정책을 교육부에 제출해야 하는 4년제 대학들은 대부분 정원을 축소하지 않는 방향으로 계획을 만들고 있다. 공대는 물론 전체 정원을 축소할 경우 대학의 수입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또 대학들은 정원을 조정하면 이에 맞춰 교수 숫자까지 조정해야 하므로 교원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몇몇 대학에서는 공대 정원을 줄이는 대신 인문대나 경상대에 신설 학과를 개설하는 방법으로 대학 재정을 보강하는 대책을 내놓았으나 정원이 줄어드는 쪽 교원 감소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박영식 광운대 총장은 “이공계 대학 정원을 절반으로 줄여 교육의 질을 높이는 등 특단의 대학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고 “그러나 학생 수 감소에 따른 교수 정책, 대학 재정 문제 등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지원 없이 대학에만 정원을 줄이라고 해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