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 3사·KT `영업정지 결정` 의미와 전망

통신위원회(위원장 이융웅)가 7일 이동전화 3사와 KT에 고강도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면서 번호이동성 시차제 이후 한껏 과열됐던 시장분위기는 급속히 냉각될 전망이다. 가뜩이나 침체된 국내 산업환경에 더욱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따라 통신위 제재조치가 원래 취지대로 소모적인 마케팅 경쟁으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단말기 보조금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처방을 다시 한 번 되짚어야 하고, 당장 영업정지 기간에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업자 반응=예상대로 이동전화 사업자들에 대거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자 해당 사업자들의 반응도 SK텔레콤과 비SK텔레콤 진영으로 극명하게 엇갈렸다. SK텔레콤은 이날 공식 논평을 통해 “자사의 시장과열 방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제재조치를 내린 데 심히 유감을 표시한다”면서 결과만 규제하는 현재 조사·제재 방식의 근본적인 재검토를 촉구했다.

 LG텔레콤은 KTF와 동일한 제재를 받은 데 유감을 표시했고, KTF는 SK텔레콤에 대한 40일 영업정지는 다소 미흡한 조치라고 평했다. KT도 “위법행위에 대한 제재로 겸허히 수용하지만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처벌은 기대에 못 미친다”면서 제재수위의 문제점을 거론했다. KT의 경우 20일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KTF 재판매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30일 영업정지격이어서, 알짜배기 사업인 무선재판매쪽에서 최소 1000억원 이상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배경과 의미=이번 통신위 제재는 사실상 예견된 수순이었다. 지난 2월 무더기 과징금 사태 이후에도 보조금 지급사례가 계속 적발되자 수차례 영업정지라는 경고메시지가 전해진 상황이었다. 통신위 관계자는 “형사고발도 심각하게 고려할 정도로 폐해가 심했다”면서 “이번에는 영업정지로 넘어가지만 또 다시 보조금 사례가 적발될 경우 형사처벌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또한 이번 처벌은 그동안 말이 많았던 통신위의 독립성은 물론, 단말기 보조금 지급금지를 법제화한 정통부의 정책 일관성을 다시 한 번 보여주기 위한 결론으로도 풀이된다. 이와 더불어 상반기에 이동전화 3사가 소모적인 영업전에 뭉칫돈을 쓰는 대신 신규 투자 등 사업자로서 제 역할은 도외시했다는 점도 상당부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시장여파와 논란=무엇보다 과열된 시장경쟁이 빠르게 냉각되는 한편, 이동전화 신규 서비스·단말기쪽은 직격탄이 예상된다. 특히 업체 가운데는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일단 시장 과당경쟁을 진정시킨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되나, 현재 침체된 국내 경기에서 그나마 돈줄 역할을 해왔던 이동전화 관련 산업에는 충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제재 대상 사업자 관계자는 “영업정지 처벌은 인정하더라도 향후 시행시기나 적용 순서 등에 관련해서는 정책당국의 배려가 있어야 한다”면서 “또한 대기수요에 몰려 있는 소비자들을 감안해 영업정지도 보다 융통성 있는 적용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이번 통신위 심결은 지난 정보통신정책심의위가 정책적 검토대상으로 넘겼던 SK텔레콤의 단말기 보조금 지급금지에 대한 이중처벌 논란에 명쾌한 해석을 미룬 것이어서 ‘병합심리’ 문제는 여전히 논란거리로 잠복하게 됐다.

 이와 함께 수차례 과징금·영업정지에도 불구하고 이동전화 시장 속성상 단말기 보조금은 필요악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아 이번 기회에 보조금 지급금지 법제화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