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철 잡코리아 HR사업본부장 cm@jobkorea.co.kr
고학력일수록 취업하기가 어려운 세상이 됐다. 국내외에서 힘든 과정을 거쳐 석박사 학위를 따낸 고급 두뇌들이 학력을 속이고 취업창구를 찾는 희한한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온라인 리크루팅 서비스 업체 잡코리아가 취업생 12,269명을 대상으로 ‘취업성공 현황’에 관한 조사를 한 결과, 석박사 학위 구직자 취업 성공률은 20%로 평균 취업성공률 23.1% 보다도 3.1%포인트나 낮았다. 또 이들 중 28% 정도가 취업을 위해 자신의 학력을 숨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이들 고학력자의 취업 만족도 역시도 10명 중 4명 정도만 만족하는 것으로 조사돼 다른 학력 구직자층보다 가장 낮게 나타났다.
최근 ‘해외인재를 잡겠다’며 대기업들이 ‘스카우트 출장’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대기업 간부들의 모습은 유학생들에게 소리만 요란한 호들갑으로 비쳐질 뿐이라고 한다. 실제 기업들은 회사에 최적합자를 찾고 높은 능력의 지원자를 채용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나, 너무 높은 수준의 지원자를 채용할 경우 연봉수준을 맞추기 어렵고 또 입사 후 전직의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또한 고학력 구직자들은 눈높이를 낮추어 입사를 하려고 해도 기업들에서 오히려 꺼리는 풍토를 어쩌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고학력자 취업전선의 이상기류는 기업들의 채용 추세와 무관치 않다. 대다수 기업들이 연구개발(R&D) 부문을 제외한 일반직종의 경우 ‘가방 끈 긴 사람은 싫다’는 고학력 기피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구직자들의 입장에서는 평생직장의 개념이 무너지면서 자신의 전문분야를 확고히 다지려는 경향이 늘고 있고, 이를 위해 다니던 직장을 포기하고 유학길에 오른 사람까지 있다. 하지만 애초 희망에 부풀었던 그의 ‘유학길’ 판단은 오히려 지금, 그를 실업자로 만들어 놓았다.
문제는 앞으로 고학력자들의 취업난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라는 것이다. 이런 고학력자들이 취업난을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마음의 눈높이를 같이 낮추자. 고학력 구직자는 현실적으로 눈높이를 낮추었다 하더라도 마음으로는 낮추지 않는 특징이 있다. 당장의 취업을 위해 학위나 학력을 낮추었다 해도 끊임없이 더 나은 직장으로의 전직을 시도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현재 회사의 적응력을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실무경력을 쌓는데 좋지 않다.
둘째, 전공 이외에 실무에 도움이 되는 개인적인 역량을 키워야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고학력자 이상 실무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우선하게 된다. 따라서 업무분야와 전공이 동일하거나 특정한 학위가 반드시 필요한 분야 이외에는 개인적인 역량을 강화하여 고학력자이면서 실무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30대 이전에 사회에 진출하자. 30대 중반이 넘어서 학위를 따는 것은 경력과 학력, 연령에 비해 일자리가 충분하게 나오지 않는 국내상황을 미루어 보면 적당하지 않다. 30대 중반은 탄탄하게 현재의 위치와 전문성을 살리는데 주력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력을 높이고 싶으면 30대 이전에 취득하여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취업 전문가를 활용하자. 일에 대한 자존심과 아울러 학문적인 고집이 세다는 점은 학문과 기술을 연마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필수자세이지만, 주위의 정보를 본인의 취향에만 맞추어 흡수하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자신이 아는 정보의 수준에서 상황을 판단하기 보다는 전문가의 충고와 가이드를 활용하는 것이 취업에 유리할 것이다.
다섯째, 전문적인 능력과 원만한 품성의 인재임을 보여주자. 일부 고학력 후보자들의 취업을 위해 일하다보면 허탈한 결과를 맞을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면접장에서 면접위원의 사소한 말에 자존심이 상하여 울그락 불그락 표정이 바뀌고 말 또한 매우 불손하게 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그 경우 대부분은 면접위원의 시험에 보기 좋게 넘어간 경우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면접위원은 고학력 후보자의 능력 이상 원만한 품성에 대한 신뢰를 하고 싶어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