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버블이 붕괴되면서 최근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 e비즈니스의 보편화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정부의 과감한 정책적 지원 그리고 기업의 거래관행 타파를 꼽는 사람들이 많다.그러나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역설하는 인물이 있다. 지난 4일 전자거래협회 신임 회장으로 취임한 서정욱박사(69)는 일반인들이 갸우뚱할지도 모를 ‘문화’에 대해서 강조했다.
서정욱 회장은 세계적 자동차인 BMW를 예를 들었다.
“사람들은 왜 BMW를 사고 싶어할까요? 바로 BMW라는 상품의 격과 거래문화 때문입니다. 기업들이 e비즈니스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e비즈니스 문화가 정착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는 e비즈니스 업계에 직접 몸담은 적이 없지만 문화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서 회장은 80년대 TDX교환기를 주도적으로 개발했으며, 90년대에는 SK텔레콤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에서 세계 최초의 CDMA 서비스 상용화라는 큰 업적을 세웠다. 이를 바탕으로 과학기술부 장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 SK텔레콤 부회장도 역임했다.
그는 전자거래협회 회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소비자들이 ‘전자거래를 믿을만 하다’는 말이 나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필요에 따라서는 시민단체와 손잡고 법·제도를 바꿀 것” 이라며 e비즈니스 문화 정착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서 회장은 산·학·연을 두루 거치며 쌓은 폭넓은 인맥을 활용,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정보화 격차 해소에도 나설 계획도 분명히 했다.
“전자거래는 일부 대기업만으로 보편화되는 것이 아닙니다. 중소기업과 일반 소비자 등이 모두 참여해야 전자거래가 자리를 잡는 것입니다” 서회장은 이를 위해 대기업들에게 선도자로서 범사회적 전자거래 문화를 창달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전자무역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e비즈니스와 전자무역 연계의 당위성에 대해 설명하고, 이를 위한 사업계획도 설명했다. 그의 말을 들어보면 통합전자무역플랫폼 및 물류B2B시스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전자무역추진위원회와 전자거래협회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된다.
“B2B와 전자무역은 마치 동전의 앞뒤와 같습니다.동전을 반으로 나누면 가치가 소멸하듯이 B2B와 전자무역이 따로 움직이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B2B와 전자무역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도록 하겠습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사진=윤성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