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벨, 오디오엠펙에 이어 M시스템스, 샌디스크까지 국내 중소 MP3제조사를 상대로 특허 로열티 협상을 요구해오면서 국내 기업들이 특허비상에 걸렸다.
특히 이들은 삼성전자, 레인콤 등 주요 MP3업체와의 특허협상을 마친 외국계 특허 대리인들이 최근 특허공세의 전선을 중소벤처 MP3제조사로 확대하면서 업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무차별 공격의 배경=외국 특허대리인들이 이 같이 특허공세의 수위를 높이는 것은 지난 해 10월 레인콤을 시작으로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들과 잇따라 로열티 협상을 타결하면서 힘을 얻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들 외국계 기업의 ‘MPEG 오디오 레이어 Ⅲ’ 특허 기술을 사용하는 기업의 경우, 라이선싱 계약 체결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예상된다.
MP3 코덱 칩 업체인 톰슨마저 칩세트 메이커에만 로열티를 요구해오다 최근 일부 MP3제조사를 상대로 라이선싱 계약 체결에 대한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레인콤 등 주요 기업들의 특허 로열티 협상체결 이후 그동안 ‘버티기 작전’을 구사해 왔던 중소기업들 사이에서도 ‘일부 특허를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이스라엘 M시스템스의 특허 공세 움직임은 휴대형 저장장치 기능을 MP3플레이어에 결합한 제품을 통해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업체들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이번 USB 특허와 관련된 로열티 요구는 멀티미디어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MP3플레이어에 대한 외국기업들의 특허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현황 및 문제점=이른바 ‘특허사냥꾼’들의 무차별적인 공세는 해외 유통채널 개척에 걸림돌로 작용할 뿐 아니라 중소 기업들에게는 막대한 금전적 부담이 되고 있다. 실제로 세계 최대 MP3플레이어 시장인 미국 유통업체들의 경우 특허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제품 취급을 거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최근 특허대리인들은 국내 메이커는 물론 미국을 포함한 각 나라의 유통업체에 특허침해 사실을 알리고 수정하지 않을 경우 수입판매업체도 제소하겠다는 경고장을 보내는 등 융단폭격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권자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로열티를 내지 않는 제품의 유통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러다 보니 자본력과 기술적 분석능력이 약한 몇몇 중소기업들의 경우 이들 기업의 공세를 견디기 힘든 실정이다. 최근 중국 기업의 특허 제소 움직임에 따라 중국 MP3플레이어 시장 진출을 포기하는 웃지 못할 사건이 발생한 것도 중소기업들의 특허공포를 잘 보여준다. 지난 1년간 중국 진출을 추진했던 A사는 선행특허를 출원해 놓고 있는 중국 기업의 제소 움직임에 따라 제품 출시를 포기했다.
◇전망=그동안 소극적 대응을 해 왔던 업체들은 이제 한국포터블오디오기기협회(KPAC)를 중심으로 변리사를 선임하고 특허법률 분석을 통해 해결책을 찾자는 분위기다. 특허 로열티 계약을 회피할 수 없다면 협상을 통해 국내 기업들에게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자는 것이다.
안상규 KPAC 사무국장은 “23개 MP3플레이어 업체들이 소속된 KPAC가 회원사들의 위임을 받아 특허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할 계획”이라며 “특허기술에 대한 변리사들의 검토가 나오는 대로 제3의 특허대리인을 선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