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티를 얼마나 드리면 됩니까?”
강남구청 정보화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의 사가현 사가시 시스템 개발에 나섰던 삼성SDS는 지난 4월 사가시 관계자로부터 의외의 질문을 받았다. 사가시는 강남구청 시스템 개발을 맡았던 삼성SDS에도 당연히 저작권이 있을 줄로 믿고 이런 질문을 던진 것. 삼성SDS 측의 답변은 간단했다. “저희는 그런 거 못 받습니다.”
현재 국내 SW 및 SI업체들은 공공 및 민간 정보화사업 참여시 제안서는 물론 개발결과물 등에 대해 지적재산권을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정보화사업의 결과물에 대해 사업자에게도 소유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지난 4일 경제장관간담회에서 SI산업을 차세대 신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한 대책으로 발표된 ‘SI산업발전방안’에서조차 이런 내용들은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한국SW산업협회가 지난 달 정통부에 제출한 ‘SW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건의’에는 제안서 보상 문제가 중요하게 언급됐으나 정부정책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SW 및 SI업계에서 정보화 사업에 대한 지적재산권 인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체들은 지금처럼 제안서 비용 및 개발결과물에 대한 소유권 내지 사용권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기술축적을 통한 서비스 수준 개선은 전혀 기대할 수 없다며 관련 협단체 등을 통해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제안서도 지적재산이다=올 상반기에 발주된 주요 공공 정보화사업 제안요청서(RFP)들은 공공기관들이 제안서를 비용으로 인정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웅변을 하듯 말해준다. 청와대·행자부·국세청·철도청 등의 RFP는 한결같이 “본 사업과 관련하여 제출된 제안서 및 관련 자료는 일체 반환하지 않으며 본 제안을 위하여 소요되는 비용은 제안사가 부담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
건설업의 경우 국가계약법시행령상 설계비보상규정과 보상요령을 마련, 시행중이지만 SW분야는 소프트웨어진흥법 제 21조에 제안서보상에 대한 법적근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부기준미비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SW산업협회 관계자는 “많은 인적·물적 자원이 투입된 제안서가 입찰 탈락시 사장되거나 발주기관 및 타 업체에 의해 정당한 대가없이 사용되는 것이 관행”이라며 “제안서 비용 불인정은 SI업체 수익성 악화의 주범이므로 국가계약법이나 소프트웨어진흥법에 세부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SW진흥원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SI업계와 공동으로 제안서 비용인정 범위와 산정기준에 대한 연구작업과 실태조사 및 사례발굴에 착수했다.
◇개발결과물 지적재산권도 사업자와 공유돼야=현재 공공기관들 대부분은 정보화사업이 국가예산으로 진행된 사업이고 그에 대한 비용이 사업자에게 지불된 만큼 결과물이 발주처에 귀속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거의 모든 제안요청서가 “모든 산출물은 발주처에 귀속되며 제안사는 본 용역을 수행함에 있어 발생하는 저작권, 사용권 또는 특허 등의 문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편법도 만연한다. 모 SI업계 관계자는 “현재 SI업체들은 정보화사업의 결과물을 솔루션화해 다른 프로젝트에 재활용하고 해외 사업에도 적용하고 있다”며 “발주처에서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경우 문제 발생의 소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정보화사업 결과물에 대한 지적재산권 문제에 대해 학계와 업계는 공동소유쪽을 지지하지만 대법원은 발주자 소유권을 지지하는 판례를 내놓고 있는 실정. 이에 따라 SI산업발전협의회는 지적재산권 인정에 대한 사회적인 컨센서스를 형성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개선안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개정 및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논의 등을 촉구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윤석경 한국SI연구조합 이사장(SK C&C 대표)은 “최근 정통부는 외국IT업체들의 R&D센터를 국내에 유치하며 지적재산권을 공유하겠다고 밝혔다”며 “공공 정보화사업의 경우에도 이 같은 전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정부의 태도변화를 촉구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