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거상 호설암(胡雪巖)은 이르기를, ‘상업 활동은 돈을 벌기 위한 것이다. 다른 사람의 주머니에 있는 돈을 자신의 주머니로 옮겨 놓아야 한다. 공명 정대한 방법으로 남의 주머니에 있는 돈을 꺼내 오되, 상대방으로 하여금 즐거운 마음으로 주머니를 열게 하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근대 중국의 상업사에 있어 고대의 상성(商聖)이라 불린 도주공(陶朱公) 에 견줄만 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가난하고 미천한 출신으로 태어났으나 19세기 후반 중국 역사상 유일하게 홍정상인(紅頂商人)의 반열에 올랐다. 그가 일생을 통해 이룬 기업의 내용과 그 과정에서 실천한 경영 철학과 기업 윤리는 오늘날에도 기업 경영의 훌륭한 지침으로 살아 있다.
호설암이 언급한 다른 사람이란 말할 나위 없이 고객이다. 그는 그의 상점을 찾는 고객이 즐거운 마음으로 주머니를 열게 하기 위한 여러 가르침을 철저하게 직원들에게 교육했다.
그가 언급한 ‘고객으로 하여금 즐거운 마음으로 주머니를 열게 하는 것’은 바로 오늘날의 마케팅 활동이다.
그는 기업 활동에 있어서의 고객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고객은 양명(養命)의 근원으로 우리가 먹고 입는 것이 모두 고객에게서 나온다. 따라서 고객을 생명의 원천으로 여기고 부모를 공경하듯 정성껏 모셔야 한다’ 그는 그의 가게에 손님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매장에서 나갈 때까지 그의 점원이 지극히 공손한 태도로 고객을 맞게 했는데 이 모든 것을 단지 외향이 아닌 진실된 마음으로 행하게 했다.
고객이 기꺼이 주머니를 열게 하는 원천이 바로 고객을 진심으로 소중히 하는 마음이다. 영업 사원이 제품을 팔 때는 자기 자신을 함께 파는 것이며, 기업은 마케팅 활동을 함에 있어 자신의 브랜드를 통해 기업 정신과 미래의 비전도 함께 제시한다.
이러한 활동이 기본적으로 고객을 소중히 하고 그들의 만족과 행복에 기여하는 가치를 담을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많은 유수의 기업들이 기업의 궁극 목표를 고객만족·감동·인류 사회에의 공헌 등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가치 기업으로서의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 아울러 이를 구현하기 위한 전사적 마케팅 활동도 펼친다.
세계적 화장품인 레브론의 창업자 찰스 레빌론은 ‘우리가 공장에서 만드는 것은 화장품이지만, 우리가 가게에서 파는 것은 희망’이라고 했다.
아직 이 표현만큼 기업경영의 목표와 그것을 이룸으로써 우리의 고객에게 제공해야 하는 가치를 잘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오늘날과 같은 고객지향적 경영이 요구되는 사회에서 많은 기업이 그들의 고객에게 미래의 비젼을 제시하고 기업 활동을 통해 그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다하고 있다.
고객을 진심으로 양명의 근원으로 인식하고 그들에게 자신이 생산한 제품을 통해 희망을 판다는 의식을 갖는 것, 이것이 바로 마케팅의 시작이다. 그리고 고객이 즐거운 마음으로 주머니를 열어 희망이라는 가치를 향유하게 하는 것이 마케팅의 목표일 것이다.
◆최동원 팬택앤큐리텔 전략마케팅부문장 dwche@curit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