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헬렌 니어링 지음.
이 책은 표지부터가 무척 소박하다. 컬러가 없는 재생지에 저자 헬렌 니어링의 자그마한 사진이 붙어있을 뿐이다.
1904년 미국의 부유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태어난 저자는 그 당시에는 흔한 일이 아니었던 유럽 유학파 바이올리니스트였으며 한때 크리슈나무르티의 연인이기도 했다. 저자는 주위의 기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조건에 20살이나 나이가 많은 스코트 니어링과의 만남과 결혼, 지극한 사랑으로 일관된 53년간의 평화롭고 조화로운 삶, 그리고 스코트의 경건한 죽음 앞에서의 두 사람의 자세... 그런 삶의 이야기들을 잔잔히 서술하고 있다.
아름다운 삶... 숨이 턱에 찰 만큼 바쁘고 정신없는 시간 속에서 잠시나마 머뭇거리며 내 시간을 돌아보게 한다. 자유롭고 평안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그리 여러 가지가 아닌 것 같다. 뜻을 같이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적당한 노동과 먹을 것이면 충분한 것인데.
사랑... 죽음을 앞두고 있는 스코트에게 한기자가 찾아 와서 인터뷰를 했다. 전 생애를 통해서 어떤 사상가로부터 가장 영향을 많이 받았느냐고. 스코트는 몇몇 사상가들의 이름을 말하면서 누구보다도 아내 헬렌이 가장 좋은 조언자이며 동행자였다고 고백했다.
옆에서 그 대답을 듣고 있던 헬렌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 분명하다. 헬렌과 스코트의 사랑은 요즘 회자되고 있는 사랑과는 다르게 사상의 공유를 통한 공감과 존경, 그런 것이었다.
그리고 마무리... 스코트는 100세 생일을 맞으며 곡기를 끊고 맑은 정신으로 최후를 맞이하기로 한다. 혼자 남게 될 헬렌을 위로하며 “죽는다는 것은 이 방의 문을 닫고 저 방으로 가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비록 이 방에서는 볼 수 없으나 바로 옆 방에서 함께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죽음을 새로운 방에서의 시간으로 의미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들의 아름다운 마무리는 우리에게 교훈과 감동의 오랜 여운을 준다.
◆위즈엔터테인먼트 박소연 대표이사 sypark@wiz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