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법인으로 분류되는 병원들이 최근 고객관계관리(CRM), 전사자원관리(ERP), 공급망관리(SCM) 등 경영정보솔루션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외국계 다국적병원들이 국내진출을 추진하며 병원시장을 압박하는 데다 국내 시장에서의 병원간 경쟁도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국내 병원들은 이제 비영리법인이 아니라 경영에 대한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이를 통해 고객들에게도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하나의 산업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인천 소재 가천의대길병원은 국내 병원으로는 처음으로 확장형 CRM을 도입, 변화하는 국내 병원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50여 억원을 들여 추진하는 이 프로젝트는 CRM전문업체인 OBC소프트가 참여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현재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말 파일롯으로 운용한 뒤 내년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다.
길병원은 CRM솔루션을 통해 캠페인은 물론 안전관리·고객관리 등 병원 운영을 위한 체계적인 툴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고객의 패턴분석을 통해 어떤 질병의 환자가 어떤 사이클로 우리병원에 오는지를 미리 파악한다는 것이다. 또 시기별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가 질병을 파악하고 이에 따라 병실을 조정하고 의약품을 미리 준비하는 등 사전대응이 가능해진다.
길병원은 특히 CRM을 기존 구축된 ERP와 연동, 마케팅의 성과가 리얼타임으로 보고 향후 진료 아이템이나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것인지에 대한 의사결정 툴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가장 많은 혜택을 보는 것은 병원을 찾는 고객들이라고 길병원은 강조한다.
CRM을 통해 환자 개개인의 진료정보를 체계화하고 이를 정확히 환자들에게 알려줄 수 있다. 또 사전에 병을 예방하도록 일깨워주는 한편 환자와 관련된 사람까지도 관리할 수 있다. 환자에게 어떤 의사에게 가는 것이 가장 좋은지 등에 대한 정보까지도 제공하게 된다.
이 같은 작업은 디지털병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길병원이 추진하는 프로젝트의 첫발일 뿐이다. 2008년 개원 50주년을 맞는 길병원은 올해 CRM에 이어 내년부터는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기업성과관리(CPM)를 추가로 도입하는 등 동북아 최고의 병원으로 거듭나는 기반을 지속적으로 구축해 간다는 계획이다.
▲인터뷰-이언 부원장
“병원 측으로서는 과감한 배팅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병원이 단순히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곳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익을 창출해 환자에게 혜택을 돌려줄 수 있는 경제주체로 보고 이에 따른 변화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길병원에 확장형 CRM 도입을 주도한 이언 부원장은 이번 프로젝트가 갖는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길병원이 국내 병원 가운데서는 고속성장을 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힐 정도지만 내부 시스템적으로는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외부의 환경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데 병원경영에 대한 의사결정은 실시간으로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이 부원장은 따라서 기업마인드를 통해 병원을 새롭게 바꾸기로 결심했다.
“정제된 데이터는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CRM을 데이터마이닝과 고객변동, 패턴 분석 등 의사결정에 관한 툴로 적극 활용할 계획입니다. 또 향후 이 솔루션을 통해 주위 병원과 협업체계도 구축할 계획입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