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B업계 `설상가상`

유수의 대만 인쇄회로기판(PCB) 업체들이 급증하는 패키지 서브스트레이트인 플라스틱볼그레이드어레이(PBGA) 수요를 선점하고자 가격 인하 공세에 발벗고 나섬에 따라 삼성전기·심텍 등 국내 주요 PBGA 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PPT·ASEM 등 선두 그룹을 포함한 대만 주요 업체들이 전년 대비 약 18% 증가한 11억 개 유닛 규모의 PBGA 시장에서 파상적인 가격 공세를 펼쳐 PBGA 평균 공급 단가가 올 2분기 5∼10% 떨어져 작년 3분기 이후 처음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들 대만 업체는 생산 능력을 지속적으로 늘려 PBGA 시장에서 대량 양산을 통한 저가 전략을 구사한다는 입장이어서 이들과 경쟁을 벌이는 삼성전기·심텍 등 국내 업체들은 가격 인하의 폭과 지속 여부에 대해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 업체들은 올해 구리·금·동박적층원판 등 주요 원자재가격이 급등해 원가 상승압박을 받고 있는 시점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만 경쟁 업체들의 가격 공세로 PBGA 수익성이 작년 3분기 이전으로 회귀, 악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PBGA 시장에서 3위를 기록한 삼성전기(대표 강호문)는 납기일 단축·극한 수율 달성 등 제조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는 데 주력, 이를 통해 대만 업체의 가격 공세에 적극 대응하는 것은 물론 선두 업체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그러나 삼성전기는 파상적인 가격 공세로 평균 납품 단가 인하율이 10%에 머물면 PBGA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기 한 관계자는 “2분기 경기는 비수기에 해당돼 대만 업체들이 가격 공세로 물량을 대거 확보하는 것으로 일단 분석된다”며 “특히 올해 반도체 경기 호조에 따른 PBGA 시장 상승세에 찬 물을 끼얹는 일로 작용할 것”으로 매우 우려했다.

심텍(대표 전세호)은 현재 대만 가격 인하 여파가 거래선들의 가격 인하 요구로 이어지지 않고 있지만 일단 PBGA 공정·수율 개선에 좀 더 총력을 기울여 대만 공세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심텍 한 관계자는 “대만 업체들이 가격 하락을 통해 물량을 대량 확보하려는 적극적인 의지로 분석된다”며 “그러나 가격 하락이 지속할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지에 대해 예의주시한다”고 밝혔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