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게임업계의 큰 이슈 중 하나가 게임통합협회 ‘한국게임산업연합회’의 탄생이었다. 협회 출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말, 업계 CEO들이 함께 한 저녁자리였다. 한 참석자가 업계 후배로부터 “도대체 선배들이 해놓은게 뭐냐?”라는 말을 듣고 얼굴이 화끈거렸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모두 필요성을 절감하던 주제였기 때문에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지난 수년간 눈부신 발전을 이뤄온 한국의 게임산업은 21세기 국가 성장동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제 게임은 우리 삶의 일부분이자 문화트렌드로 각광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대간 벽을 허무는 대안으로도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적 발전과는 달리 기성세대에게 보이는 게임업체의 모습은 여전히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이러한 상황이 해결되지 못한다면 성장의 한계가 다다를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도 제기됐다. 그동안 각종 단체나 모임이 여러개 만들어졌으나 제구실을 못한다는 비판에도 직면해 있었다.
결론적으로 산업으로 자리를 잡느냐마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는 게임업계로서는 구심점이 되어줄 공식적인 조직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 문제는 누가 총대를 메느냐였다. 게임업계가 급성장하고 변화무쌍하다보니 대부분 업체들이 앞장서서 업계를 대변하고 이끌어가기에 부담스러워했다.
그런데 올초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느새 ‘NHN이 나서야 한다’로 모아지기 시작했다. 기업 이미지나 규모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 제안은 개인적으로도 게임에 대한 열정 때문에 쉽게 거절할 수 없었다. 게임산업이 이 정도에서 끝날 수 없다는 생각도 했다. 무엇보다 새롭게 게임업계에 뛰어드는 후배들에게 좋은 선배가 되고 싶었다.
올해 1월은 단독CEO로 오른 뒤 얼마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여러가지 대내외 업무로 한참 바쁠 때여서 통합협회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회사업무에 쓸 에너지를 분산해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에는 몹시 부담스러웠다. 혹시나 이러한 대외활동이 회사에 누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됐다.
결정에 앞서 이해진 부사장과 오랜시간 고민을 나눴다. 이 부사장은 나의 심정을 읽었는지 흔쾌히 전폭적인 배려와 지원을 약속했다. 덕분에 편안한 마음으로 협회 출범을 위해 앞장서겠다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1월 19일, 첫 CEO 준비 모임을 가졌다. 추진위원장은 내가 맡기로 했다. 이후 협회가 출범되기까지 2주에 한번씩 CEO 모임이 마련됐고 나아갈 방향과 사업계획 등이 논의됐다. 여러 CEO들이 모임을 위해 해외출장 일정까지 변경하는 등 강한 열정을 보여줬다. 정부와 언론도 협회 탄생과정에 큰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4월 28일, 드디어 한국게임산업협회(KAOGI)가 성공적으로 닻을 올렸다. 통합협회 첫 걸음은 무난하게 잘 디딘 셈이었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고 했던가. 협회는 출범했지만 회원사 확보 등 과제들은 산적해 있다. 문제를 풀라고 만든 것이 협회 아니었던가. 업계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게임이 건전한 문화로 대접받을 그날까지 ‘우리 모두’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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