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 예산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이상’과 ‘현실’의 조화가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준다. 더욱이 예산 감소 분위기가 대통령의 ‘2008년 문화산업 5대 강국 진입 선언’ 이후 이어지면서 관련업계가 느끼는 상대적 절망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의지는 있으나 실천이 없는 정부의 정책에 업계는 실효성이 없다고 볼멘소리다.
◇대통령 의지는 ‘확고’=문화산업 집중육성에 대한 기대는 지난해 8월 ‘2003 경주 문화엑스포’ 개막식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21세기는 지식과 문화창조력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고 문화강국이 곧 경제강국이 되는 문화의 세기다. 앞으로 5년 이내에 ‘세계 5대 문화산업 강국’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밝힌 데서 출발했다.
대통령의 이 같은 의지는 그해 10월 문화콘텐츠산업 현장 방문과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여는 성장동력으로 문화콘텐츠산업을 집중육성하겠다”는 발언으로 구체화됐다.
문화관광부는 즉각 대통령의 생각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실천계획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청와대에서 열린 ‘문화산업 정책비전 보고회’를 시작으로 올해 4월 12일 ‘2004년도 주요업무계획 보고’를 거쳐 지난 5월 12일 발표한 ‘참여정부 문화산업 정책비전 실천계획’에서 문화산업 육성을 위한 틀을 완성했다.
노 대통령 역시 최근 “문화 영역은 산업으로서 대단한 생산력을 갖고 있어 이를 장려해야 하고 또 전략산업으로 집중 육성할 생각”이라고 밝히며 육성 의지를 재확인했다. 문화산업을 신성장동력에 추가하는 ‘10+2’전략이 태동된 배경이다.
◇현실에서는 푸대접=문화부 문화산업국은 지난 94년 설립됐다. 당시 87억원에 불과했던 문화산업 예산은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98년 이후 급상승해 99년에는 6배 오른 970억원, 2000년에는 2배가 더 올라 1786억원에 달하게 된다.
하지만 2002년 1957억원을 기점으로 참여정부 들어 1890억원(2003년), 1674억원(2004년)으로 계속 감소해왔다. 급기야 ‘문화산업 5대 강국’ 선언 이후 가진 첫 사전 예산심의에서도 푸대접을 받는 상황에 처했다. 문화산업은 문화부 내 예산지원에서도 문예진흥과 문화예술 등 타 분야에 밀리고 있다. 이는 문화부 전체예산이 매년 꾸준히 늘어가는 상황에서 문화산업 분야 예산은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확인된다.
또 지난 99년부터 5년간 기획예산처가 문화산업진흥기금에 출연키로 돼있는 2500억원 중 300억원이 정부 사정을 이유로 2004년 예산에 반영되지 않는 등 예산책정에 있어 문화산업은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려나고 있다.
◇획기적인 정책변화 필요=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 문화콘텐츠 산업의 생산유발계수는 2.11으로 제조업 1.96, 서비스업 1.68에 비해 앞선다. 재계는 이 같은 문화산업의 높은 성장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난 3월 전경련 산하에 문화산업 육성 및 투자활성화 의지를 이끌어 갈 ‘문화산업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영세한 문화산업 업체들이 아이디어와 기술력만으로 언제까지나 경쟁력있는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대박’과 ‘쪽박’을 예측하기 어려운 문화산업의 특성상 민간부문의 투자가 미흡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때문에 ‘문화산업 5대 강국 진입 선언’에 걸맞은 정책이 뒷받침돼야한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문화산업 5대 강국 진입은 대통령 혼자만의 추진 의지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김대중 정부 시절, 문화산업 관련 예산이 11배나 늘어난 것처럼 획기적인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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