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 강국` 공염불 위기

내년 관련예산 무차별 삭감…대대적 육성 말뿐

오는 2008년까지 ‘세계 5대 문화산업강국’에 진입하겠다던 참여정부의 문화산업 육성정책이 공염불에 그칠 위기에 처했다. 문화관광부의 문화산업 예산이 올해까지 2년 연속 줄어든 데다 5대 강국 지원이 본격화되는 내년 예산마저 책정과정에서부터 대폭 줄어드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10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문화부는 5대 강국 진입을 위한 세부추진과제 도출과정에서 나온 예산안 2789억원을 내년도 문화산업 예산으로 기획예산처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같은 예산 계획은 기획예산처 사전 심의과정에서 계속 삭감돼 5월 말 현재 1000억원 이상 줄어 1773억원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내년도 문화산업 예산에서 ‘2005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참가지원’ 명목의 130억원과 ‘국가기간통신사 육성’ 명목의 50억원 등을 제외하면 실제 문화산업 육성 예산은 올해(1648억원)보다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게다가 이번 최종안은 기획예산처와 수 차례 사전 조율과정을 거친 것이지만 심사과정에서 더 축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예산 삭감은 지원사업 항목에도 영향을 끼쳤다. 5대 강국 실현의 신규핵심사업으로 상정하려던 사업은 모두 31개였으나 기획예산처와의 조정을 거친 후 11개로 줄어들었다. 문화부는 예산 확보가 어려운 사업들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나 한국게임산업개발원 등 관련 산하기관의 예산을 활용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경주 세계문화엑스포 개막식’에서 “앞으로 5년 이내에 ‘세계 5대 문화산업 강국’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밝힌 이래 정부 차원에서 쏟아져 나왔던 구체적인 실천계획들은 현실화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실무자들은 범정부 차원에서 문화산업 육성을 부르짖으면서도 관련 예산은 계속 줄어드는 현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문화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의 의지가 국가 예산에 반영되지 않는 것은 정책을 추진하는 부처끼리의 ‘엇박자 행정’ 때문이 아니겠냐”며 “문화산업은 미래산업으로 확실한 시장이 보이는 만큼 지금은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문화콘텐츠 업계의 한 관계자도 “지난해부터 대통령이 틈만 나면 문화산업 육성을 강조하고 범정부 차원에서의 집중지원을 약속해온 것에 업계는 큰 희망을 걸어왔으나 이 같은 대통령의 의지가 실제 정책에는 거의 반영되지 못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