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함요? 개발이사로 해둡시다. 본업인 게임개발에만 전념할 생각입니다. 기대해도 좋습니다.”
온라인게임 개발업체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박관호 사장(32)을 회장으로, 박상열 마케팅 이사를 사장으로 각각 보직 변경하는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했다. 신임 박 회장은 “그동안 개발 아닌 일에 신경을 너무 많이 썼다”며 개발에 ‘올인’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이번 개편 배경을 설명했다. 직함은 회장이지만 사실상 개발이사로 생각해 달란다.
사실 박 회장은 최근 2년 동안 액토즈소프트와의 분쟁으로 마음 편할 날이 별로 없었다. 두 회사가 중국 서비스업체 샨다네트워크의 로열티 미지급 사건과 자사게임 표절 등으로 벌인 소송만 10여건. 이 지루한 소송이 최근 양사의 극적 합의로 일단락됐다. 그는 합의가 이뤄지던 날 뛸 듯이 기뻐하며 직원들에게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이번 개편은 소송 문제가 일단락되자마자 바로 단행된 것이다.
“소송은 안하는 게 좋죠. 비싼 수업료를 치르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완결된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여유를 갖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잇따른 소송 때문에 부정적인 면만 부각되다 보니 위메이드가 이뤄낸 성과가 빛을 바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위메이드는 현재 중국에서 온라인게임 ‘미르2’ ‘미르3’으로 동시접속자수 70∼80만명을 기록할 만큼 중국 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위메이드는 또 액토즈를 비롯, ‘미르2’를 서비스하는 샨다네트워크, ‘미르3’를 서비스하는 광통통신 등이 오늘날 게임 업계에 뿌리를 내리게 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기업경영의 전환기를 맞아 박 회장이 던진 화두는 크게 2가지다. ‘중국 시장 굳히기’와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이 바로 그것. 박 회장은 중국인들과 시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단일민족이라서 그런지 한 가지만 옳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중국인들은 이런 저런 모습을 다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다민족입니다. 나와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해서 일희일비하면 중국 사업 못합니다.”
박 회장이 생각하는 중국 전략은 내가 한술 먹고 배부르면 상대방도 한술 먹여 배부르게 하는 ‘윈윈’ 전략이다. 지금 좀 낫다고 밥상을 독차지하려고 하면 결국 상대방에 밥상을 걷어차이고 만다는 것.
중국에서는 적지않은 성과를 거뒀지만, 위메이드에 못내 아쉬운 곳은 역시 국내 시장이다.
“내년쯤 국내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온라인게임 하나 내놓을 생각입니다.” 마지막 답변에서 국내 시장에 대한 박 회장의 남다른 각오를 읽을 수 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