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 "현지인의 마음을 잡아라"

‘지역 특화 제품으로 승부한다.’

 가전업계에 해외 현지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지역특화형 제품이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LG전자는 중동 지역 시장을 겨냥해 ‘대추야자 냉장고’를 개발, 오는 9월 본격 수출에 나서 중동 시장에서 ‘제 2의 김치냉장고’ 신화 창출에 나설 계획이다.

 대추야자 냉장고는 중동 국가에서 많이 먹는 대추야자를 장기간 보관할 수 있도록 최적화한 제품으로, 국내의 김치냉장고처럼 3단 서랍형 또는 2단 서랍형으로 설계됐다.

 지금까지 이 지역에는 양고기를 저장하기 위한 ‘체스터 프리저’는 많이 사용됐지만 과일이나 야채를 저장하기 위한 별도의 저장고는 없었던 점을 감안해 LG전자는 대추야자라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시장 창출에 나선 것이다.

 LG전자 DA사업본부의 신문범 상무는 “백색가전은 다른 전자제품과 달라서 그 나라의 음식문화나 주거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대추야자는 중동 지역의 국가에서 신이 내려준 과일로 인식될 만큼 인기가 있고 저장해놓고 장기간 섭취하고자 하는 수요도 많아 대추야자 전용 냉장고를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이 대추야자 냉장고를 오는 9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두바이·바레인 등지에 출시할 계획이며, 내년 한해 동안 5만대 판매를 목표로 세우고 있다.

 이 회사가 이처럼 새로운 개념의 냉장고를 론칭하기로 한 것은 이미 지역특화형 제품이 속속 성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이란시장에 출시한 전자레인지. 현지 주민들이 선호하는 ‘케밥’ 조리기능을 갖고 있어 인기 만점이다. 4∼5년 전만 해도 이란의 전자레인지 시장은 2만대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20만여대로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40% 정도를 LG전자가 차지하고 있는 것도 모두 이 지역특화형 제품 덕택이다.

 대우일렉트로닉스도 지역 특화형 제품으로 제법 짭짤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자물쇠냉장고와 고음향TV·블루TV로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자물쇠 냉장고는 물이 부족한 이들 지역에서 냉장고 문을 자주 여닫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고, 블루TV는 파란색을 선호하는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시청하지 않을 때 브라운관이 파랗게 보이도록 한 것이다.

 특히 자물쇠냉장고는 지난 98년부터 수출하고 있는데, 지금은 중동지역 수출 전체 모델 중 약 80% 이상을 이 기종이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대비 약 150%의 매출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

 대우일렉트로닉스 아·중동 사업단 강창익 상무는 “지역특화 제품들의 경우 현지 상황에 맞는 부가기능 추가로 현지 소비자들에게 주목을 받으며 브랜드 인지도 향상과 매출 및 이익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