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성장동력 테크노 좌담회](11·끝)

 차세대성장동력포럼이 주관하고 과학기술부와 전자신문이 후원하는 ‘차세대 성장동력 테크노 좌담회’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팔레스 호텔에서 ‘성공적인 차세대성장동력사업 추진을 위한 전략’을 주제로 개최됐다. 지난해 12월부터 5월까지 6개월간 차세대성장동력 10대 분야별 좌담회를 마치며 열린 이번 총괄 좌담회에서는 분야별 전문가 6명이 참석해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의 성공적인 연구와 사업화를 위한 정책적 제언을 내놓았다. 선우명호 한양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총괄 좌담회에서는 엄천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우주원천 전문위원, 김현빈 전자통신연구원(ETRI) 디지털콘텐츠 단장, 신미남 퓨어셀파워 사장, 김태근 정보통신연구진흥원 전문위원, 안규리 서울대 내과 교수 등 6명의 산·학·연 전문가들이 토론을 벌였다. 좌담회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참석자>

엄천일 전문위원 (KISTEP 우주원천)

김현빈 단장 (ETRI 디지털콘텐츠)

신미남 사장 (퓨얼셀파워)

김태근 전문위원 (정보통신연구진흥원 홈네트워크)

안규리 교수(서울대 내과)

사회=선우명호 교수(한양대 자동차공학과)

 ◇사회(선우명호 한양대 교수)=그동안 10회에 걸쳐 진행된 차세대 성장동력 좌담회를 마치면서 논의된 내용을 정리해 보자.

 ◇엄천일(KISTEP 우주원천 전문위원)=그동안 좌담회에서는 △원천 기술 확보 △지적재산권 확보 △상용화 및 표준화 △산·학·연 역할 분담 및 협력 △인력양성 △선택과 집중 등 6개 사항이 주요 내용으로 거론됐다. 이들 6가지 주요 사항 이외에도 △국가 차원의 프로그램 개발 및 홍보 △시범 단지 구축 △차세대성장동력 사업 연계 △기반 구축 △중복성 문제 △대기업 참여 유도 등이 지적됐다. 국민에게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에 대한 이해와 필요성을 납득시키고 이해를 이끌어내는 홍보 작업이 중요하다. 또 새로운 분야를 만들다 보면 중복되지 않는 분야가 없다. 이에 대한 융통성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정부 지원책으로는 △기술개발 하부구조 구축 △정부 R&D사업을 통한 산·학·연간 네트워킹 강화 △차세대 사업 참여기업에 대한 각종 인센티브 개발 등이 요구된다.

 ◇김현빈(ETRI 디지털콘텐츠 단장)=일부 부분이기는 하지만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차세대 관련 사업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정말 놀랄 만한 일이다.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은 성장동력 사업이 기획부터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와 반대로 최근 관련 행사에서 많은 기업인들은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이 대기업 위주로 계획돼 있다는 불만을 늘어놓았다. 차세대 성장동력에 들어있지 않은 산업들은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완전히 배제된 것이 아니라는 홍보전략이 필요하다. 신성장동력이 아닌 사업에 대한 관심 역시 절실하다.

 ◇신미남(퓨어셀 파워 사장)=대기업이 참여를 안하는 것은 분과별로 다르다. 차세대 전지 분과에서는 대기업이 심각하게 참여하고 있다. 어느 한 카테고리에서 대기업이 참여를 안할 수도 있는데 분과별로 상황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 성장동력이 내용만을 보면 대기업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부품·소재 등 전 산업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획과 홍보가 있어야 한다. 일본 역시 7대 성장동력을 발표하는 등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다른 산업을 다 배제하고 가 아니라 기관 산업과 융합이 이뤄질 수 있는 산업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안규리(서울대 내과 교수)=미국은 생명공학 분야 연구비 투자 비율이 가장 높다. 이중 의과학 분야가 가장 많이 증가하고 있다. 바이오 산업 중에서 보건 의료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져 외국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에서 바이오는 한번 인프라를 구축하면 그 파급 효과가 크며 아직도 투자가 미흡하다. 특히 의과학과 연계성을 확대하고 다기관 다부서 협력 구축이 필요하다.

 ◇김태근(정보통신연구진흥원 전문위원)=지난 1년간 부처별로 차세대 성장동력 기획을 해왔다. 현재 진행 상황을 체크해보면 성장동력 기획에 빠진 것이 있다는 느낌이 있다. 성장동력의 목적이 4∼5년 후에 먹거리를 위한 산업이다 보니 기술에만 치중된 계획이었다. 산업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배제돼 있다. 기술개발 사업의 주체를 살펴보면 모두 관 주체로 돼 있다. 산·학·연이 참여하고 있지만 이들간 균형이 부족하다. 또 기술이 개발된 후에 어떻게 산업화할 것인가에 대한 액션 플랜이 빠져 있다. 기술자 중심으로 기획돼 마케팅이나 수출 등에 대한 기획이 부족하다.

 ◇엄천일=WTO체제 하에서 정부가 특정 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어렵다. 이에 따라 정부의 R&D 역할은 원천기술에 집중되는 것이 당연하다. 차세대 성장동력을 처음에 기획할 때 각 부처는 서로 다른 기획 의도를 가지고 시작했다. 이들 계획간 목표가 비슷하다 보니 정부가 이것을 조율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혼선이 생겼고 다들 인식은 민간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하면서 기획단계에서 민간 참여가 부족했다.

 ◇사회=차세대 성장동력이란 산업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실 어느날 갑자기 부처들이 경쟁적으로 만든 것이었다. 예산도 없이 너무나 많은 교수와 연구원들이 기획에 참여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해왔다고 비판하고 싶다. 일본은 7대 산업 중 연료 전지에 7000억원 투자키로 했다. 그러나 우리는 전지만이 아니라 전체 성장동력사업에 산자부는 1000억원, 과기부는 400억원 등 정말 부족한 자금을 투자한다. 이런 모습은 정말 창피하기 짝이 없다. G7에 들어가려면 이제는 교수나 연구원이 아닌 매킨지나 앤더슨 등 미래 산업을 예측할 수 있는 곳에 의뢰해 우리의 실력을 파악하고 나갈 수 있는 방향을 정해야 한다. 돈과 인력에 대한 자원을 미리 파악하지 않고 계획을 짠 것은 무리였다.

 ◇김현빈=G7사업이 기획되고 이후에는 6T가 부각됐다. 현 정부에서는 차세대 성장동력에 집중하고 있다. 정권교체에 따라 기술 관련 정책이 매우 흔들리고 있는 현상이다. 실질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충분한 투자 자금과 인력이 선행돼야 한다. 또 과학기술에는 특히 일관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사회=지금 선택된 10대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이 서로 다른 성격이 있는 것을 감안해 유연성 있는 계획 역시 미흡했다고 본다.

 ◇김현빈=산·학·연·관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번 산업에서 지자체의 참여는 범위 밖에 있다. 부산, 전주, 대전, 부천 등은 지자체들이 너도 나도 영상사업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의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이들간 경쟁은 너무나 큰 중복을 가져오고 있어 중앙정부 외에도 지방 정부들간 조율 협의체가 필요하다.

 ◇신미남=먹거리를 위해 하겠다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업단과 정부, 민간들이 그 목적에 맞는지를 확인해야 할 필요가 높다. 한정된 재원과 시간에서 효율을 높이려면 유동성 있는 계획 운영이 요구된다. 진짜 먹거리 창출을 위해 기획됐는지 다시 한번 반성해봐야 한다.

 ◇안규리=정부가 제도를 바꿔야 한다. 다학제, 다기관이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팀마다 나오는 연구 결과를 인포매틱스 기술을 이용해 모아서 데이터베이스화하고 모두 같이 공유해서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의사들이 산업 현장을 몰라서 기술 현장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기업 현장을 가볼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신미남=10대 산업은 시장 전개 상황이 다르다. 분야마다 시장이 다르기 때문에 정부의 계획과 산업 인센티브가 달라야 한다. 연료전지나 바이오 등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분야는 쓸데없는 규제는 성장동력에 한해 규제를 완화해줘야 한다. 또 정부가 시범단지를 구성해 테스트를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해야 한다. 시장에 내놓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특허 문제를 보면 정말 창조성을 요구하는 원천특허는 학교나 연구소가 해야한다. 기업의 측면에서 보면 엔지니어링 특허가 중요하다. 중소기업들이 특허를 내는 것이 어렵다. 정부가 특허출원비를 지원하는 방안 모색이 요구된다. 특허 수가 아니라 특허의 이용도와 사업화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마련돼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 기밀보완이 생명 같은 것이다. 연구기술에 대한 비밀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세부 과제에서는 중복성을 논하는 것은 무리다. 이것은 연구력을 저하하는 원인이다. 중복성은 중단위 이상의 상부 프로그램에서 논의돼야 한다. 열린 연구개발을 위해 세부 과제에서 유동성을 확보해 신진 연구자의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한다.

 ◇김현빈=사업의 중복성 문제는 감사원에서 체크한다. 감사원은 과학기술에 대해 잘 모르는 비전문가가 중복성을 키워드로 체크하는 것은 무리다. 이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 국민에게 설득할 수 있는 각 분야의 미래상이 없다.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이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사회=많은 국민이 기술력과 이공계 인력의 중요성을 아는데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이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한 계기가 됐다. 기획기간을 늘리고 기술인력과 예산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먼저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태근=정부 쪽에서는 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보다 산업 기반 조성에 역점을 둬야한다. 전체 산업이 바르게 커갈 수 있는 기반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범부처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법이나 제도가 산업보다 먼저 앞서 가야 한다. 대학의 역할은 고급 인력배출과 육성에 대한 커리큘럼과 학제간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 연구소는 상품이 아니라 기술 개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앞으로는 기술개발 자체가 실제로 상품화될 수 있는 쪽으로 체질 개선이 요구된다.

 ◇신미남=큰 시장을 바라보고 상품에 대한 시각으로 차세대 성장동력을 바라봐야 한다. 시스템, 소재, 장비까지 엔드 프로덕트에서 부품, 소재 산업의 연관성을 생각해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기업간 파트너십을 가져갈 수 있는 인센티브 정책 역시 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단과 사업단은 기술이 상품이 되고 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과정과 자금 등에 과기, 산자, 정통만이 아니라 재경, 문화 등 전 부처가 참여해야 한다.

 ◇김현빈=연구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선 2배 이상 올려주는 획기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국가 수반이 관련 연구소 등에 정기적으로 방문해 사기를 높이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

 ◇엄천일=큰 틀의 중복성은 체크해야 하지만 세부과제의 중복성을 말하는 것은 무리다. 정부가 성장동력 산업 발전에 발목을 잡지는 않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또 10대 산업이 모두 가야할지도 의문이다. 3∼4년 후에 가장 경쟁력 있는 분야만 더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정리=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