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보조금 불법 지급으로 이동통신업계가 시끄럽다. 불법으로 보조금을 지급한 서비스업체는 20∼40일간 신규가입자를 모집할 수 없게 됐다. 휴대폰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는 시장 위축을 우려했다. 영업정지 순서와 시기를 두고도 말이 많다.
이번 기회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단말기 보조금과 관련해 확실한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단말기 보조금 문제가 터지면 서비스부터 유통에 이르기까지 타격이 크다. 휴대폰업계는 통신위원회의 조치로 시장이 최대 30∼40%까지 위축될 것으로 우려했다. 유통가는 벌써부터 손님들의 발이 뚝 끊겼다. 서비스는 영업정지에 대비해 가계통에 나섰다. 시장 왜곡 현상이 또다시 재연될 기미다. 일각에서는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업계는 정부에 단말기 보조금에 대한 운영의 묘를 살려달라고 주문했다. 정부는 지난 2000년 약관개정을 통해 당시 만연했던 단말기 보조금을 폐지했다. 지나친 보조금 지급이 단말기 과다보급, 로열티 부담증가 등 폐단을 낳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벌써 4년이 지났다. 상황도 많이 바뀌었다. 정부는 예외조항으로 IMT2000단말기와 PDA폰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허용했다. 신규서비스와 첨단 단말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다. 정부도 단말기 보조금의 순기능을 인정한 것이다.
국내 메이저 휴대폰업체에서 10년 넘게 내수 마케팅을 담당한 한 임원은 정부가 단말기 보조금과 관련, “시장 현실보다는 원칙만을 강조해 단속,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법을 지킬 수 있도록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실화 방안으로 “단말기 보조금 지급 금지 예외조항의 범위를 카메라폰이나 cdma2000 1x EVDO폰으로 확대하는 대신, 보조금 규모를 대당 판매가나 총 마케팅 비용의 10%를 넘지 않도록 규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단말기 보조금 지급 금지는 정부가 처음부터 후방산업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못한 규제책인 만큼 규제개혁위원회의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며 “보조금 지급 금지에 관한 전면적인 재검토는 어렵더라도, 시장의 자율 경쟁 논리를 충분히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6년 3월로 정한 시한을 앞당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물론 법을 고쳐야 한다.
정반대로 법 적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 보조금을 완전히 근절해야 한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시장의 논리만큼이나 법과 원칙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영업정지 자체로 인한 피해보다는 이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게 더 문제라고 보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불법으로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할 경우, 지금처럼 과징금이나 일정기간 신규 가입자 모집만 금지할 게 아니라 대표이사 구속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휴대폰업계 관계자는 “매번 보조금 지급 금지에 대한 조치가 나올 때마다 휴대폰 시장이 급랭해, 재고관리와 판매계획에 차질을 빚는다”며 “정부가 단말기 보조금 근절에 대한 의지가 확실하다면, 대표이사 구속과 같은 강력한 제재를 통해서라도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도 “이동전화가입자가 3000만명을 넘어섰지만 전체 휴대폰 판매량의 신규가입자 비중은 10%에 불과하다”며 “기기변경을 막으면 확실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우려하는 보조금 폐해는 보조금 자체보다 기형적인 이동전화시장에서 비롯됐다.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지 보조금 지급 금지에만 집중해선 정부와 업계의 대립은 또 다시 되풀이될 것이다. 국내 이동전화서비스산업은 물론 휴대폰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정책리스크’를 낮추도록 보조금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날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