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신보 P-CBO 후폭풍 맞은 후발벤처

후발 벤처기업들이 벤처대란설 발원지였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의 후폭풍을 맞아 자금 확보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14일 관련 정부기관 및 업계에 따르면 벤처기업의 대표적인 자금 젖줄인 기술신용보증기금이 △보증규모를 크게 줄인데다 △지난달부터 P-CBO 만기연장분을 일반보증으로 충당하고 있어 이같은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이때문에 최근 수년새 설립된 후발 벤처기업들이 기술신보 이용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올들어 벤처캐피털업체들이 정부 융자금 상환 및 부실조합 만기도래 등으로 투자를 축소하고 있어 앞으로 이들에 대한 돈줄가뭄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실태=2002년 설립된 온라인게임업체인 S사. 이 회사는 한국게임산업개발원 기술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문화산업진흥기금 8억원을 지원받기로 결정된 업체. 하지만 이것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 같으면 충분히 보증을 해줬을 기술신용보증기금이 담보부족 등을 이유로 보증을 제대로 서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 회사 S사장은 “지난해의 경우 문화산업진흥기금 지원 없이도 기술신보의 보증을 받을 수 있었는데 올해는 전혀 딴판”이라고 토로했다.

 2001년 설립된 소프트웨어업체인 P사도 기술신보의 보증 축소의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 이 회사 K사장은 “3월에 기술신보에 보증신청을 했더니 수익모델이 불확실하다며 차후 신청할 것을 요청받았다”며 “최근 재신청을 했으나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기술신보의 보증업무가 올들어 매우 까다로워졌다”면서 “작년에 5억정도를 보증 받은 업체가 올해는 같은 기준으로 10%도 받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이들 신설 벤처기업들이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는것은 말그대로 ‘하늘의 별따기’다.

 벤처캐피털업체 H사의 고위 관계자는 “우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벤처캐피털들이 직접 찾아오는 신설 벤처에 투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어느정도 잠재력이 인정된 벤처기업 위주로 투자가 쏠리고 있다”고 밝혔다.

 ◇아랫돌 빼 윗돌괴기=기술신보는 올 보증규모를 작년(13조4000억원) 대비 20%가량 줄인 11조원으로 축소한데다 5월부터는 P-CBO 만기연장분을 일반보증으로 충당하고 있다. 즉 이들 신설 벤처기업들이 이용해야 할 보증분 중 일부를 2001년 수혜를 받은 벤처기업의 P-CBO 만기 연장에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말그대로 ‘아랫돌 빼 윗돌괴기’의 형국이 되고 있다.

 여기에 벤처캐피털업체들이 올들어 기업인수합병(M&A)·구조조정(CRC) 등 후행 투자시장에 진출하는 등 안정지향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도 후발벤처의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이는 확실한 수익모델을 갖고 있지 않은 후발 벤처기업들에게 자금확보에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도록 몰아가고 있다.

 ◇향후 전망=후발 벤처기업들이 기술신보로부터 펀딩을 받기는 갈수록 힘들 전망이다. 이미 올해 6차례에 걸쳐 도래하는 P-CBO 만기 연장분을 일반보증으로 대체하고 있는데다가 벤처캐피털업체들이 우량 벤처기업 위주로 투자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기술신보에 대해 추경예산 반영을 추진하고 있어 이것이 해결될 경우 어느정도 해소될 소지는 남아있다. 정부는 중기·벤처산업 활성화의 일환으로 기술신보에 추경예산을 반영하는 안을 적극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