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시장 다시 얼어붙나

지난 1·4분기 회복세를 보였던 국내 PC경기가 5월 이후 급속히 냉각되면서 4년 만에 봄을 기대했던 PC업체들이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PC메이커들이 비수기 타개책의 일환으로 판촉 프로모션을 전개하고 있으나 소비자들의 지갑은 열리지 않고 있고, 당초 예상됐던 기업들의 PC교체 수요도 기대수준을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PC업체들은 계절적 요인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것이라는 기대를 걸고 있으나, 6월 판매량 마저 줄어든다면 4년 만에 찾아들 것으로 예상됐던 PC시장의 해빙 무드가 또 다시 반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PC경기 현황=지난 1·4분기 국내 PC 판매량은 월평균 30만대, 총 90만대로 추산된다. 하지만 4∼5월 두 달간의 PC판매량은 50∼55만대로 예상되며 이런 추세라면 2·4분기 예상 판매량은 80만대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실제로 라이프북을 판매하는 한국후지쯔의 경우 지난 4∼5월 노트북PC 매출액이 전월대비 10%씩 감소하고 있다. 한국델컴퓨터의 PC판매량도 지난 1·4분기 이후 줄어들면서 지난 5월 판매량은 목표대비 20%가량 미달했다.

한국HP 관계자는 “국내 PC업체들의 5월 판매량은 4월 대비 10∼15% 가량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400만명에 달하는 신용불량 문제가 PC경기를 침체시키는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의 구매패턴도 종전 성능 위주에서 가격우선으로 변하고 있다. 델컴퓨터의 경우 지난 4월까지 판매가 늘었던 60∼70만대 데스크톱PC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냉랭하게 돌아서는 대신 49만9000원대 초저가 제품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

PC 판매점들이 밀집한 용산전자상가의 경우 내방객들이 줄어들면서 하루 평균 매출이 지난해 동기대비 최대 50% 가까이 줄고 있다.

용산 PC판매점 관계자는 “죽을 맛이다. 그나마 문의를 하는 소비자들도 싼 제품만 찾는 실정”이라며 “이러다 보니 최근 삼성전자·LGIBM 등 인기 제품에 대한 카드깡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PC시장은?=올해 국내 PC 시장 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소비자 PC시장의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하반기 기업체들의 PC교체수요 발생 및 신입사원 채용에 따른 신규수요가 창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트너코리아 이채기 연구원은 “불투명한 경기전망에 따라 투자를 연기해 왔던 대기업들이 하반기 투자를 늘린다면 올 PC 시장은 전년도 329만대에서 3% 성장한 339만대에 달할 것”이라며 “특히 노트북 시장은 2003년 59만2000대에서 올해 72만대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당초 올해 PC 시장이 전년대비 3∼7% 성장할 것이라는 시장조사 기관의 낙관적인 전망과 달리 PC시장이 다시 냉각기로 접어든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PC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 초 반짝했던 PC시장의 회복세가 일단 꺽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