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찰이 인터넷 음란물 불법유통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파일 공유 서비스 업체와 와레즈 운영자간 유착설이 흘러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유착설의 골자는 P2P나 웹하드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는 파일공유서비스업체들이 각종 정품 소프트웨어나 콘텐츠를 불법으로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와레즈사이트들과 결탁, 여기서 생기는 수익을 나누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음란물 유통 조사과정에서 경찰은 파일공유서비스업체와 와레즈운영자간 수익배분비율까지 파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착설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수사확대는 물론, 각종 저작권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유착설, 왜 끊이질 않나=현재 웹하드, P2P 등으로 불리는 파일 공유 서비스 업체는 적게는 60개, 많게는 200여개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의 매출은 네티즌이 얼마나 많은 파일을 공유하느냐에 따라 결정나게 돼 있다. 특별한 수익모델이 별로 없고 진입장벽도 낮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대규모 저장용량이 필요한 영화 등 대형파일 공유가 활발한 와레즈가 주요 고객이 될 수밖에 없다.
한 서비스 업체 대표는 “출혈경쟁이 심하다 보니 와레즈가 정품 복제나 음란물 유통 등 불법의 진원지임에도 불구하고 그 유혹에 쉽게 넘어가게 된다”며 “일부는 특정 와레즈를 제휴 사이트라며 메인페이지에 당당하게 올릴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와레즈 회원들이 파일 공유를 많이 하다보니 솔직히 사업적으로는 매력적인 대상”이라며 “(경찰에 단속돼) 벌금을 물더라도 이익이 난다”고 실토했다. 인기 와레즈만 잡으면 일정부문 매출이 담보되기 때문에 모종의 계약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와레즈와 제휴해 적자경영에서 벗어난 적이 있다”고 털어 놓은 업체 대표도 있었다.
◇아직은 ‘조사중’=이 때문에 특정 와레즈들이 서비스 사업자를 바꿀 때마다 ‘얼마씩을 받았다’는 설이 유포되곤 했다. 사실이라면 기업들이 불법 와레즈운영자들을 돈을 주고 고용한 셈이 된다. 경찰이 음란물 유통사건을 조사하다 조사대상을 ‘유착’에까지 확대하고 나선 것은 이처럼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 대해 경찰 측은 “조사 여부 등을 밝힐 수 없다”며 일단 확인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음란물 단속 과정에서 “A라는 와레즈 운영자를 조사한 적이 있다”고 밝혀 현재 조사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인했다.
실제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한 네티즌은 “경찰 조서 가운데 ‘불특정 다수인이 다운로드할 때 메가바이트(MB)당 O원씩 계산해서 이 가운데 10%는 파일게시자에게 포인트로 제공하고 OO%는 A라는 와레즈 운영자에게 현금으로 지급해온 사실을 알고 있는가’라는 내용이 있었다”는 글을 공개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파장 및 향후 전망=파일공유서비스업체와 와레즈 운영자간 유착은 아직은 소문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이나 증언 등을 고려할 때 저작물이나 음란물의 불법 유통 과정에 양측의 유착은 일정부문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뒷거래가 확인된다면 그 파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사회적 비난은 물론이거니와 잇따른 저작권 소송과 파일 공유 서비스 업계 전반에 대한 수사 확대 요구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저작권자들은 인터넷을 통한 저작물 침해 문제에 대해 네티즌뿐 아니라 파일 공유 서비스 업체들의 책임 여부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파일공유서비스 업계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유착이 확인되면 이용자는 급감하고 사업은 존폐의 기로에 놓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결과는 경찰이 P2P사이트를 통한 음란물 유통 특별 단속을 마무리하는 오는 19일을 전후해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