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P-CBO 후폭풍 여파 등으로 자금확보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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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처대란설의 발원지였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후폭풍 여파로 최소 2만개의 벤처기업들이 자금확보의 한계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관련 정부기관 및 업계에 따르면 기술신용보증기금이 지난달부터 P-CBO 디폴트(지불 불이행) 및 만기연장분을 자체 예산(보증 재원)으로 충당하고 있어, 상당수 벤처기업들이 보증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기술신보는 지난해 약 2조원의 재원을 바탕으로 13조4000억원(6만5400개사)을 보증했으나, 올해는 약 1조6000억원의 재원 중 P-CBO 디폴트 규모인 6300억원(기술신보 추정)과 만기연장분(미공개)을 제외한 자금으로만 보증업무를 펼치고 있다.

 특히 올들어 벤처캐피털업체들이 정부 융자금 상환 및 부실조합 만기도래 등으로 투자를 축소하고 있어, 벤처기업의 자금 확보는 날로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미 피해업체 속출=2002년 설립된 온라인게임업체 S사. 이 회사는 한국게임산업개발원 기술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문화산업진흥기금 8억원을 지원받기로 결정된 업체. 하지만 이것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 같으면 충분히 보증을 해줬을 기술신보가 담보부족 등을 이유로 보증을 서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 회사 S사장은 “지난해의 경우 문화산업진흥기금 지원 없이도 기술신보의 보증을 받을 수 있었는데 올해는 전혀 딴판”이라고 토로했다.

 2001년 설립된 소프트웨어업체인 P사도 기술신보의 보증 축소 여파 피해를 보고 있다. 이 회사 K사장은 “3월에 기술신보에 보증신청을 했더니 수익모델이 불확실하다며 차후 신청할 것을 요청받았다”며 “최근 재신청을 했으나 결과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K사장은 특히 “기술신보의 보증업무가 올들어 매우 까다로워졌다”면서 “작년에 5억원 정도를 보증 받은 업체가 올해는 같은 기준으로 5000만원 정도밖에 받지 못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이들 후발 벤처기업들이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는것은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다. 벤처캐피털업체인 H사의 벤처 투자담당 고위 관계자는 “우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벤처캐피털들이 직접 찾아오는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어느정도 잠재력이 인정된 벤처기업 위주로 투자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이 문제인가=기술신보가 재원 감소 등으로 보증규모를 작년(13조4000억원) 대비 20%가량 줄인 11조원으로 축소한데다 5월부터는 P-CBO 디폴트분과 만기연장분을 보증 재원으로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벤처기업들이 이용해야 할 보증분 중 상당분을 P-CBO의 디폴트와 만기연장에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벤처캐피털업체들이 올들어 기업인수합병(M&A)·구조조정(CRC) 등 후행 투자시장에 진출하는 등 안정지향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어 확실한 수익모델을 갖고 있지 않은 벤처기업들은 자금확보에 한계를 겪고 있다.

 ◇향후 전망=기술신보가 올해 6차례에 걸쳐 도래하는 P-CBO 디폴트분 및 만기 연장분을 일반보증으로 대체하고 있는데다가 벤처캐피털업체들이 우량 벤처기업 위주로 투자를 지속하고 있어 벤처기업들이 펀딩을 받는 것은 갈수록 힘들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가 기술신보에 대해 추경예산 편성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이것이 이뤄질 경우 어느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