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전자상가 상인들이 LG전자의 도매유통단계 축소정책에 정면 반발, 집단행동에 나섰다.
용산LG가전상우회(회장 최영달) 소속 30여명의 상인들은 15일 오전 서울 LG강남타워 앞에 모여 시위를 벌이고, LG전자의 중간도매 유통단계 폐지에 따른 생계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현재 용산전자상가 일대 가전소매상에게 공급되는 LG전자의 가전제품은 경환전자, 영광전자(옛 중앙전자) 등 2개 대형 정책점을 통해 유통된다. 이들 정책점은 최근까지도 용산LG가전상우회 소속인 중소 도매상을 통해 가전제품을 일선 소매상에 공급하는 단계를 밟아왔다.
하지만 LG전자의 유통단계 축소정책에 따라 지난달부터 양대 정책점들이 기존 중소 도매상을 배제한 채, 곧바로 소매상들과 직거래를 추진하면서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최영달 용산LG가전상우회장은 “이같은 조치가 별도 통보도 없이 갑자기 이뤄지면서 아무런 사전준비도 할 수 없었다”며 “도매상의 존재이유 자체가 없어져 당장 영세 업체가 대부분인 상우회 소속 회원사들의 생존권이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인들의 요구안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 유통단계 축소정책은 인정하되, 영세업체인 도매상 단계를 없애기 보다는 대형 정책점 단계를 폐지하라는 것. 또 하나는 현행 정책을 유지하려면 기존 도매상들의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는 주장이다.
최 회장은 “삼성전자도 ‘유통단계 축소’라는 정책기조는 유지하나, 기존 도매상들을 자사의 소매 유통채널인 디지털플라자로 최대한 흡수하는 등의 배려를 한 바 있다”며 “LG전자의 가전매출 확대를 위해 수십년간 용산상가에서 노력해 온 만큼 생계권 보호 차원에서라도 최소한의 성의는 보여야 할 것”이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전자측은 15일 현재 아무런 공식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LG전자의 국내영업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대응할 가치를 못느낀다”며 “이번 사태는 정확히 말해 도매상들과 정책점 사이의 문제”라고 발을 뺐다.
경환전자의 차동근 이사는 “정책점들도 올들어 매출이 전년대비 절반 이하로 급감하고 있는 추세”라며 “우리도 더 이상 도매단계를 끼고 유통 영업을 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인 만큼, 기존 도매상들도 이번 기회에 소매상 등으로 업태 전환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상우회측은 LG전자의 성의있는 답변이 있을 때까지 무기한 농성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