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안 된다’고 할 때 ‘된다’고 말하는 사람. 부산컴퓨터도매상가 2층에 위치한 컴퓨터밸리 서종수 사장(31)의 삶은 광고카피의 한 구절과 비슷하다. 약관의 나이에 컴퓨터 유통시장에 뛰어들어 남들이 보기에 쉽지 않은 일들을 온몸으로 헤쳐 왔기 때문이다. 그가 둥지를 튼 10평 남짓한 공간이 이 같은 이력을 뒷받침한다.
“운이 좋았다”고 말하지만 서 사장은 실제 그 나이 또래의 다른 사람들보다 배는 많은 노력을 했다. 90년대 후반 PC방 붐이 일었을 때 창업한 서 사장은 새벽 2, 3시까지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했다고 한다. 이름만 대면 거의 알 만한 부산시내 PC방 체인점 3곳에 제품을 공급했다. 한 달에 300∼400대의 컴퓨터를 판매한 적도 있다고 밝힌다. 여전히 젊은 그는, “그 때만 해도 젊은(?) 패기가 있었다”며 웃는다.
서 사장은 다른 사장들보다 앞서서 ‘찾아가는’ 영업을 한 것이 비결이라고 귀띔한다. 대면 영업이 효과를 봤다는 것이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다른 사장들이 제품의 판매만 하고 돌아선 데 반해 서 사장은 하드웨어와 프로그램 모두를 돌아갈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주었다. 서 사장은 이 것을 ‘몸으로 때우는 영업’이라고 표현했다. 당연히 다른 사장들에 비해 선호됐고 마진도 좋을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승승장구하던 서 사장도 한번의 좌절을 맛보았다고 털어놓는다. 이 분야에서 믿었던 선배한테 ‘큰 일’을 당했다는 것이다. 사기로 잃은 금액은 그의 미래를 반쯤은 잡아 먹었다. 그러나 ‘비싼 수업료’를 치렀다고 위로하며 넘겼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한번쯤 더 생각하게 되는 ‘안전장치’를 부가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인관계에 큰 변동을 주지는 않았다”고 덧붙인다. 실제로 그는 부산 컴퓨터 유통부문에서 아주 최근에 생긴 점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장을 알 정도로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폭넓은 인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서 사장은 최근 사업 아이템을 전환했다. 조립PC 완제품을 공급하던 데서 부품 쪽으로 눈을 돌렸다. 하드디스크와 주기판을 판매하고 있고 특히 얼마 전 인텔의 협력업체가 된 CPU 부문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조립업체들에서 관공서까지 영업범위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서는 또 다른 컴퓨터 유통업체를 합병할 계획으로 밤잠을 설친다. 지금도 PC 방 특수 때와 비슷한 매출규모는 유지하지만 합병작업이 완료되면 매출이 지금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영업전략을 묻는 질문에 서 사장은 “그냥 막내 동생처럼 ‘떼를 쓸’ 계획”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눈이 매서워 강하게 보이는 인상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썼다는 안경 너머로 ‘부산 최대·최고 컴퓨터 부품 도매상’을 노리는 그의 결심이 엿보였다.
<부산=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사진 : 부산 최고·최대 컴퓨터부품 도매상을 꿈꾸는 컴퓨터밸리의 서종수 사장. 그는 패기보다는 노력을 앞세워 목표에 다가갈 것이라고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