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서비스가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소매 점포가 아니라 은행·세탁소·전자상거래·택배 등 말 그대로 종합 서비스를 위한 ‘리빙스토어’로 바뀌고 있다. 사실 편의점 입장에서 ‘생활 서비스’는 부가 서비스의 하나다. 하지만 지역 기반의 소매 유통 채널인 편의점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집객력, 브랜드 상승 등 투자 이상의 효과를 올릴 수 있어 앞다퉈 나서는 상황이다.
공공 요금 수납 서비스는 이미 편의점의 대표 서비스로 자리를 잡았다. 이 서비스는 지난 97년 2월 ‘LG25’ 에서 처음 실시했다. 이어 훼미리마트·세븐일레븐이 동참했다. 방식도 첨단화했다. 한국전력·KT과 손잡고 POS시스템을 이용한 ‘바코드 온라인’ 방식으로 서비스 중이다. 요금과 사용자 정보를 포함하는 바코드를 스캐너로 인식하면 데이터가 각 업체 시스템과 한국전력·KT의 전산 호스트에 곧바로 전달돼 요금 납부가 이뤄진다.
휴대폰 충전도 편의점의 빼 놓을 수 없는 생활 서비스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 2000년 처음 도입했으며 자신의 기종에 맞는 번호를 선택한 뒤 동전과 함께 부스에 배터리를 넣고 문을 닫으면 20분 안에 충전된다. 국내에 출시된 모든 휴대폰 기종을 처리하며 사용 요금도 10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새로운 휴대폰 기종이 출시되면서 이에 맞춰 충전기기도 수시로 ‘업그레이드’되는 상황이다.
이미 보편적인 쇼핑 채널로 자리 잡은 인터넷 쇼핑. 편의점은 인터넷 쇼핑 시장을 키우는 일등 공신 중 하나다. 편의점이 제공하는 인터넷 몰 픽업 서비스 때문이다. 픽업(Pick-up)서비스는 인터넷 몰에 접속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한다. 고객이 배송 주소를 입력하면, 안내창에 인근 편의점이 표시된다. LG25·훼미리마트·바이더웨이 3개사의 편의점 중 이용하고자 하는 곳을 선택하면 2∼3일만에 해당 편의점으로 도착한다. 배송 조회는 e-CVS(http://www.e-cvsnet.co.kr)를 통해 가능하고, 주문 상품이 편의점에 도착하면 휴대폰 문자 메시지 또는 e메일로 안내해 준다. 24시간 언제든지 해당 편의점에서 물건을 찾고 본인 수령시 신분증과 상품 주문 번호를, 대리인 수령시 대리인 신분증을 추가로 편의점에 확인시켜 주면 된다. 모닝365(http://www.morning365.com), 알라딘(http://www.aladdin.co.kr), 예스24(http://www.yes24.com), 인터파크(http://www.interpark.com) 등 주로 도서·음반·DVD 몰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편의점에서는 이제 간단한 은행 업무도 가능하다. 편의점에 설치된 다기능 ATM이나 CD기를 이용하면 현금 인출·계좌 이체, 무통장 입금, 신용 카드 현금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LG25의 경우 1800개의 점포 중 1000개 이상의 점포에 설치돼 점포 당 월 1000건 이상 이용되고 있다. 앞으로 LG25는 항공권과 승차권 발매 서비스· 보험과 증권 업무 서비스도 새로 오픈할 계획이다.
택배 서비스는 이미 편의점의 보편 서비스로 자리를 잡았다. LG25·훼미리마트·바이더웨이 3사는 이 서비스를 위해 ‘e-CVS넷’을 설립했다. 개별 업체 단독으로 전국 네트워크를 이루는데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인식한 3사가 택배 서비스를 위해 2000년 5월 힘을 합친 것이다. 3사가 연합해 5000개 점포에 이르는 전국 점포와 물류망을 확보했다.
LG25의 경우 당일 오후 3시 전까지 택배물을 맡기면 제주도와 도서 산간 지역을 제외한 전국 어느 곳이든 다음 날 도착이 가능하다. 앞으로 택배서비스는 현재 C to D(CVS to Door) 배송 방식에서 C to C(CVS to CVS, 편의점에서 편의점으로) 방식으로 또 한 번 진화할 계획이다.
최근 디지털 카메라 붐과 맞물려 사진 인화 서비스도 편의점의 대표 서비스로 부상할 조짐이다. 이 서비스는 디지털 카메라로 입력된 이미지를 즉석에서 인화할 수 있는 셀프 인화 서비스다. LG25·훼미리마트·바이더웨이 등은 지난 해 하반기 일부 점포 시범 시행했으며 올 연말까지 전 점포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밖에 LG25는 POS 화면에서 가격대에 맞는 생화와 모델을 선택하면 배달해 주는 생화 배달과 보험료 납부 서비스를, 세븐일레븐·씨스페이스는 버스카드충전 서비스를, 훼미리마트의 컬러 복사 서비스 등을 개발하는 등 편의점이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니라 종합 서비스 공간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