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마케팅` 열풍

작년 말 GM대우가 업계 최초로 1000명의 고객에게 1년간 무료 시승 기회를 제공하는 행사를 개최, 45만명의 응모자가 몰린 적이 있다. 신차 출시와 맞물려 진행된 이 이벤트 하나로 GM대우는 당시 엄청난 화제와 홍보효과를 거뒀다.

 이렇듯 이른바 ‘체험 마케팅’은 제품에 대한 선전과 사용(체험) 후 구전 마케팅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낳는다. 소비자 역시 미리 사용을 해보고 구매를 결정할 수 있어 좋다.

 가전업체를 중심으로 이 같은 체험 마케팅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특히 체험마케팅은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에 ‘품질’에 자신 있는 기업들이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8000명의 소비자 체험단을 모아 디지털TV(파브)와 양문형냉장고(지펠),드럼세탁기(하우젠) 등을 살 때 최고 25%까지 깎아주는 등 각종 체험 이벤트에 한창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주부·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아이디어 그룹’을 별도 모집, 현장조사와 아이디어 개진 등 마케팅 실무에 직접 참여시키고 있다. 지난달 20∼40대 주부 20명과 대학생 20명을 각각 선발한 삼성은 이들을 올 연말까지 광고·판촉 교육 및 실무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시킬 계획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모니터링제도를 시행한 삼성은 이들 그룹을 통해 작년에만 54건의 아이디어 개진을 이뤘다. 노트북 광고소재 개발, IT제품군 사은품 및 프로모션 아이디어 개발 등도 모니터링제를 통한 성과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들을 통해 소비자의 욕구를 정확히 반영,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분이 없는 ‘프로슈머 시대’를 준비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신제품 출시 후 대략 1000∼2000명 규모의 고객평가단을 모집한다. 선정은 신청자의 지역별, 연령대별 안배를 통해 이뤄진다. 활동기간은 통상 3개월. 평가단에게는 공장도가 대비 20∼30% 싼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특전이 주어지는 반면, 주위사람에게 해당 제품을 소개할 의무가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TV부문 내수에서 삼성전자를 앞선 성공 요인으로 대대적인 고객평가단 모집이 첫 손에 꼽혔다”며 “올해도 TV, 공기청정기, 가스오븐레인지 등을 중심으로 고객평가단 운영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웅진코웨이개발은 6개월마다 고객패널을 모집한다. 현재 48명의 전문고객패널과 700명의 일반패널이 활동중이다. 매월 20만원의 활동비를 지급받는 전문고객패널은 웅진코웨이의 각종 서비스나 제품사용 등에 대해 월 1회 정기모임을 통해 의견과 아이디어를 제시해야 한다.

 TV홈쇼핑이나 인터넷 홈쇼핑에서 실시하는 고객 모니터 활동은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 부업으로 자리잡고 있을 정도로 이미 활성화돼 있다.

 홍보기능이 주인 가전업계의 모니터 활동과 달리 홈쇼핑에서는 매일 2∼3시간씩 정해진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고객 입장에서 해당사의 제품, 배송, AS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일종의 외부 감시활동이 강조된다. 최근에는 단순 감시 기능에서 벗어나 신제품과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최근 고객평가단 20명을 선발한 우리홈쇼핑은 향후 상품기획자(MD)가 신상품을 발굴하면 이들 평가단으로부터 기능, 디자인, 가격 등에 대한 합격 통보를 받은 후에야 비로소 상품판매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농수산홈쇼핑의 고객 평가단도 이미 상품 선정 과정에서 강한 발언권을 갖고 있다. 신상품으로 기획된 제품도 고객 평가단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방송 부적합 판정을 받을 정도다.

 통신업계의 체험마케팅도 한창이다.

 내달 KTF 가입자의 휴대전화 번호이동을 앞두고 SK텔레콤과 LG텔레콤이 KTF 고객을 대상으로 체험단을 모집, 25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하면서 ‘금권마케팅’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