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와 함께 ‘자본주의 공산주의’라는 책을 낸 적이 있습니다. 이제 과학기술자와 공동으로 과학만화를 만들어서 과학문화 대중화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일본어와 중국어 판으로도 제작돼 이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른 ‘먼나라 이웃나라’의 저자 이원복 덕성여대 교수(58)에게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그의 새로운 포부는 과학문화를 대중에게 쉽게 알리는 데 앞장 서겠다는 것이다. 서울대 건축공학과 출신인 그에게 걸맞은 작업인 듯 싶다.
지금 당장 목표는 3부작으로 계획 중인 ‘먼나라 이웃나라 미국편’을 완성하고 탈오리엔탈리즘에 입각한 세계사를 총체적으로 다룬 시리즈를 내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 유학시절부터 ‘대중이 과학을 이해해야 노벨상을 배출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과학만화에 대한 욕심도 저버릴 수 없다.
“최근 정부에서 과학문화 캠페인을 하고 있는데 모두 과거 방식입니다. 유명한 만화가의 과학만화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 등 대중과 가장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야 합니다.”
‘먼나라 이웃나라’를 비롯, 최근에는 ‘신의 나라 인간나라’ 등 세계의 역사, 철학, 종교에 대한 대중서를 낸 바 있는 이 교수에게 이공계 기피 현상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같은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선 한국에서는 무엇보다 의학이나 법학 등 소위 잘나가는 분야가 평생을 보장해줄 것이라는 환상이 깨져야 한다는 것.
“이공계 기피 현상은 세계적 현상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심리적인 원인이 크다고 봅니다. 과학기술이 어렵다는 인식보다는 이공계 학생들이 미래에 대한 자기 확신이 없는 것이죠.” 하지만 이 교수는 “과학적인 사고가 사회 운영원리가 되고 국가 경영을 책임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이 교수는 지난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원장 및 100여 명의 이공계 박사를 대상으로 ‘21세기의 세계적 트렌드’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만화와 과학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기꺼이 수락했다고 한다.
“과학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공상과 꿈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상력 없는 과학은 몽상에 불과한 것이죠. 18세기 쥘 베른이 ‘해저 2만리’에서 원자력 잠수함을 상상했듯 역사적으로 과학만화는 우리의 꿈을 실현했습니다.”
이 교수는 “과학기술자들도 향후 추세인 행복산업시대의 도래, 기존 윤리가치관의 동요, 남녀역학관계와 시대 윤리의 변화 등 세계적 흐름을 읽어야 한 우물만 파는 바보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