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반도체 제조업체인 엘피다(Elpida)와 마이크로 재팬(Micron Japan)이 하이닉스가 일본으로 수출하는 D램에 대해 상계관세를 부과해 줄 것을 요청하는 신청서를 일본 재무성에 제출했다고 외교통상부가 16일 밝혔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와 우리 정부는 미국, EU와 벌였던 지리한 싸움을 일본과도 다시 시작하게 됐다.
하이닉스 측은 일본 D램 업체들이 자국내의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려는 목적으로 제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하이닉스 측은 “D램 시장의 호황이 지속되고 있고, 미국 및 EU의 상계 관세 사안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심의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일본 D램 업체들이 상계관세 조사를 신청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적절한 조치”라고 비난했다.
하이닉스와 정부는 향후 사태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경과=지난 4월 1일 자로 일본 정부가 해외에 공장을 갖고 있는 자국 기업도 상계관세 및 반덤핑조사 신청을 낼 수 있도록 통상 법령을 개정, 엘피다는 상계관세 조사신청 자격을 갖게 됐다. 이후 예상대로 일본 D램업계는 하이닉스가 보조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16일 제소했다. 일본의 ‘상쇄관세 및 부당염매관세에 관한 절차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재무성은 상계관세 부과 신청서 접수일로부터 2개월 이내에 상계관세 부과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조사의 개시여부를 경제산업성과 협의해 결정하게 된다. 조사개시를 결정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1년, 최대 18개월 이내에 상계관세 부과에 관한 최종결정을 내리게 된다.
◇향후 절차=우리 정부는 하이닉스가 일본에 수출하는 D램에 맞먹는 금액의 원자재 및 장비를 수입하고 있고 양국 산업구조와 대일 무역역조 등의 특수상황을 일본 정부측에 지속적으로 설명해 왔다. 그럼에도 엘피다와 마이크론재팬이 상계 관세를 신청함에 따라 하이닉스 D램에 대한 본격적인 상계관세 부과 조사가 진행되게 됐다.
조사는 우리 정부와 채권은행, 하이닉스반도체 등 전방위에 걸쳐 실시된다. 정부는 WTO 보조금협정 제 13.1조의 규정에 따라 조속한 시일 내에 일본 정부와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양자협의를 개최할 것을 일본 정부에 요구할 예정이다. 또 관련업체 및 관계부처와의 긴밀한 협의 아래 일본 업계측의 주장을 면밀히 검토해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전망=하이닉스 측은 미국 및 EU가 자국내의 D램 산업을 보호하려는 명분으로 부당한 보조금 판정을 내렸던 것과는 달리, 일본 정부는 명백한 증거 및 법률적 근거에 따라 공정한 판정을 내릴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번 상계 관세 조사의 핵심 내용이 민간 은행 주도의 채주 조정을 일본 상황과 유사하며 일본의 가전 및 IT 업체와 관련돼 D램 업체만을 위한 일방적인 판단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하이닉스는 상계관세가 부과되는 최악의 경우 ‘해외 공장 및 파운드리 적극 활용’, ‘관세부과와 상관없는 메모리 제품 매출의 증대’, ‘적극적인 신규시장 개척’, ‘주요 고객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한 지역별 물량 공급 조정’ 등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 해간 계획이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