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엔터프라이즈 아키텍처(EA) 도입 움직임이 최근들어 금융권 전방위로 확산되는 것은 물론 통신, 공공 등 다른 업종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며 EA가 정보전략의 최고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EA는 기업의 비즈니스·애플리케이션·데이터·기술 등의 구성요소를 분석하고 각 시스템간 상호 운용성 및 관계 등을 설계도처럼 묘사하는 정보관리 기법이다. 이에따라 EA의 확산은 그간 경영혁신(PI)이나 비즈니스프로세스개선(BPR) 등을 중심으로 추진돼온 기업의 경영전략 및 비즈니스와 IT의 최적화된 결합 움직임이 한 차원 고도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공공기관 중에는 한국주택공사가 포스데이타 및 투이컨설팅으로부터 EA 관련 컨설팅을 마무리짓고 있으며, 차세대마케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SK텔레콤도 조만간 EA 범위와 구축 방법에 대한 세부 기획을 확정짓고 본 프로젝트에 착수할 계획이다.
또 삼성생명보험은 자체 인력으로 EA 기반의 정보시스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내부 테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있으며, KTF도 두달 정도 후 EA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IT기획팀을 중심으로 내부 인력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강수 KTF IT기획팀 팀장은 “빌링시스템이나 ERP 등의 IT 인프라를 7년 정도 운영해오면서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적시에 대응하다 보니 변화관리 체계가 취약하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더 늦기 전에 내부 아키텍처를 수립해 그 체계에 기반해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프로젝트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 밖에 글로벌 ERP 중심의 내부 기간 업무 시스템에 대한 정비를 추진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EA 기반의 체제를 구축키로 하고 세부 계획을 수립중이며, 계정계 등 신시스템 구축을 앞우고 있는 농협도 표준화된 기술과 업무 프로세스 체계를 정립, 효율적인 통합 시스템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EA를 추진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미 부분적으로 EA를 구현한 KT나 만도기계, 국민은행, 현대해상 등과 7월 중 EA 컨설팅을 마무리할 예정인 신한은행 등을 고려할 때 EA는 웬만한 대기업 IT 투자의 핵심 화두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셈이다.
채준환 신한금융그룹 EA TF팀장은 “1차적으로는 차세대 정보시스템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작업이지만 궁극적으로 신한금융그룹의 통합기업 경영전략을 지원하기 위한 그룹 차원의 IT 표준 아키텍처와 실행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EA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것은 그간 단위 업무별로 산발적으로 추진돼온 기업 내부 IT 인프라를 통합하고 궁극적으로는 비즈니스와 IT의 밀접한 연관을 통해 변화에 즉시 대응할 체제를 갖춰야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통합(SI) 업계에서도 금융권과 공공기관 등의 EA 수요 확대에 맞춰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국민참여 포털’ 업무재설계·정보화전략(BPR/ISP) 수립 사업을 수주한 쌍용정보통신(대표 강복수)은 이 사업에 EA 개념을 적용, 시스템간 상호운용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라이거시스템즈(대표 황시영)는 자체 개발한 EA 기반의 방법론 ‘컴퍼스 리드(Compass LEAD)’를 발표, 신규 수요에 대비하고 있으며 포스데이타(대표 김광호)는 최근 완료한 한국주택공사 EA 컨설팅을 계기로 EA 방법론의 전방위 확대·적용을 위한 레퍼런스 확보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김인현 투이컨설팅 대표는 “EA 도입이 확산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IT 자원에 대한 체계적 관리나 특정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필요한 정보전략계획(ISP) 수립에서 한발 나선 정도로 EA를 받아들이는 등 EA에 대한 목적과 접근방법은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며 “EA는 아키텍처를 정의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른 변화와 꾸준한 혁신 수단으로 진화돼나갈 때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