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하이컨셉트-­할리우드의 영화 마케팅

◇하이컨셉트-할리우드의 영화 마케팅/저스틴 와이어트 지음/조윤장·홍경우 옮김/아침이슬 펴냄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가 연이어 관객 1000만명을 돌파, 한국 영화계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갔다. 이러한 역사적인 사건을 지켜 본 영화인들은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계는 10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는 현상에 대해선 그 원인을 명확하게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가 2200만명 정도에 불과한데 그 중 절반 정도가 영화를 봤다는 것은 그 어떤 것으로도 설명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흥행대박을 터뜨린 이 두 편의 영화에서 공통점을 찾다 보면 문득 떠오르는 용어가 있다. 바로 ‘하이 컨셉트’다. 하이 컨셉트 영화란 관객이 영화 제목 또는 포스터만 봐도 단번에 줄거리를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는 영화, 즉 주제의식이 뚜렷한 영화를 말한다. 블록 버스터 대작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나름대로 쏠쏠한 흥행 성공을 거두고 있는 코미디·SF·멜로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분석해 보면 하나같이 내용과 성격이 분명하다는 특징을 갖는다.

 하이 컨셉트 영화는 블록 버스터 영화와는 개념이 좀 다르다. 그렇지만 요즘 들어 하이 컨셉트 영화들이 점차 블록 버스터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스물다섯개 혹은 그 이하의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 아이디어는 아주 괜찮은 영화로 만들어 질 수 있다. 나는 그런 아이디어를 좋아한다. 특히 손에 쥘 수 있듯 아주 간결한 그런 아이디어를 사랑한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이 말은 할리우드의 거장들이 지닌 하이 컨셉트에 대한 시각을 잘 드러내고 있다.

 도서출판 아침이슬에서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라이브러리’의 두 번째 책으로 내놓은 ‘하이 컨셉트-할리우드의 영화 마케팅’은 요즘 영화계의 화두로 떠오른 ‘하이 컨셉트’를 영화 미학뿐 아니라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분석한 책이다. 저자 저스틴 와이어트는 하이 컨셉트 영화에 대해 “영화 제작 비용의 최소화와 흥행 수입 극대화를 통한 이윤 창출을 목표로 하는 할리우드에서 경제학과 미학 사이에서 발생하는 긴장의 결과”라고 정의한다.

 이 책은 영화 포스터로 본 ‘미국 하이 컨셉트 영화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저자는 총 62컷의 사진을 통해 영화마케팅 전략이 어떻게 영화의 흥행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예컨대 성공하는 영화와 실패하는 영화는 포스터 하나를 봐도 다르다고 저자는 말한다. 마치 당장이라도 화면 밖으로 튀어나올 듯이 흉칙한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영화 ‘죠스’의 포스터는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공포와 긴박감을 고조시킨다. 그림 안에 나타난 상어의 크기, 불길해 보이는 이빨, 아무것도 모른 채 수영하고 있는 사람들, 무방비 상태를 의미하는 나체 등 흥행조건을 완벽히 갖춘 여름 공포영화 한 편이 포스터 한 장에 통째로 들어가 있다. 반면 안타깝게도 흥행에 참패한 영화들은 하나같이 스토리를 상상할 수 없는 애매모호한 이미지만을 보여준다.

 물론 할리우드 안에서 하이 컨셉트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드러나고 있는 미국 영화계의 ‘크리에이티브 고갈’이라는 문제에 대해서 하이 컨셉트가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영화가 상업과 예술 사이에서 균형을 잃고 상업 쪽으로 좀 더 기울게 된 데에는 하이 컨셉트 영화가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 컨셉트 영화를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게 저자와 역자의 공통된 주장이다.

 이 책을 번역한 조윤장 씨는 “한국 영화의 새로운 경쟁력 제고를 위해선 하이 컨셉트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요구된다”며 “상업과 예술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자 하는 영화 제작자와 마케팅 담당자들에게 이 책이 좋은 참고 자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