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A씨는 동사무소에 인감 증명을 떼러 갔다가 조그만 단말기에 엄지 손가락을 대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손가락을 갖다 대자 동사무소 직원의 컴퓨터 화면에는 A씨의 지문 정보가 뜨고 행정자치부 데이터베이스와 연계돼 본인 여부가 확인됐다.
영화에서나 등장하던 지문 및 홍체기반의 생체정보시스템이 현실 속으로 확산되면서 이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지문 날인뿐 아니라 경찰의 유전자 미아찾기, 생체여권 발급 문제 등 생체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수집,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다각도로 전개되면서 ‘내 몸의 정보’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생체 정보 활용 사례 확산=지문 정보를 통해 본인을 확인하는 사례는 비단 강남구뿐만이 아니다. 지난 5월 수원시는 관할 동사무소에 인감 증명 발급시 신원확인을 목적으로 지문 감식기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하다 시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중단했다. 또 행정자치부는 현재 ‘주민등록증 위변조 식별 시스템’ 개발을 완료하고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용을 마쳤으며 시스템 보급 이후 지문 감식 기능을 추가할지 등을 놓고 고심중이다. 경찰도 미아 찾기를 목적으로 전국 1만여명의 무연고 아동과 부모 등을 대상으로 구강 세포의 DNA를 체취했다. 경찰은 이미 DNA정보를 활용해 미아를 부모 품에 돌려보내기도 했다.
◇‘근거없는’ 개인정보 수집은 ‘인권침해’=이처럼 정부, 지자체, 경찰 등이 개인의 생체 정보를 수집하는 움직임이 확대되면서 ‘개인 정보 보호 및 인권 침해’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지문날인거부자모임 등이 참여하는 ‘지문날인반대연대’는 18일 회견을 통해 정부의 개인 생체 정보 활용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사전 배포한 성명서를 통해 이들은 “행정자치부 등이 추진하는 지문 감식기 도입은 현행 법률 어디에도 근거가 없는 인권 침해 행위”라고 주장했다.
지문날인반대연대의 장여경 씨는 “문제는 지문 정보가 은행 등 금융 기관까지 유통될 경우 개인 정보 유출 위험성이 매우 높아진다는 점”이라며 “이미 지문 정보를 수집 당시 목적과 달리 사용해 처벌을 받은 사례도 여럿 있다”고 말했다.
행자부 주민과의 한 관계자는 “행자부가 개발한 것은 정확히 주민등록증 위변조 식별 시스템이지 지문 인식기가 아니다”라면서 “지문 인식 기능을 시스템에 넣을지와 시스템 보급 시기 등도 최종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NEIS 버금가는 논란 예상=생체 정보 수집에 대한 사회적인 논란은 올 하반기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행자부는 시민 단체 등이 반발하더라도 주민등록 위변조 식별 시스템은 보급한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신원 확인용으로 효과적이며 기타 용도로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정부 입장에 ‘우선 근거법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인권 시민 단체, 그리고 생체 정보 수집을 거부하는 시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미 지난 4월 청소년 3명이 지문날인 제도에 대한 헌법소원을 낸 상태며 수원 지역 시민단체들도 지역 동사무소 등에서 지문인식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자 미아찾기 방침을 반대해온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오병일 사무국장은 “유전자 미아찾기와 생체정보 수집 등이 사회 문제로 부각되면서 생체 정보 활용 현황 과정 등을 짚어보는 공개 토론회를 내달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