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칩 모양으로 절단하지 않은 웨이퍼 상태에서 패키지를 씌우는 ‘웨이퍼 레벨 패키지(WLP)’라는 신개념의 기술을 선보였다.
기존 반도체 패키지의 고정 관념을 깬 이 ‘WLP’ 기술은 배선연결(Wire Bonding)·플라스틱 패키지(Molding) 등이 불필요하고 별도의 조립 과정이 단축돼 대폭적인 원가절감을 실현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차세대 주력제품인 512Mb DDR2 D램에 적용한 시제품 생산에 성공해 조만간 양산에 들어간다.
◇어떤 기술인가=이번 시제품에 적용된 WLP 기술은 반도체 패키지 기술시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로 평가된다. 기존 패키지 방식은 ‘칩절단→PCB회로기판 부착→와이어 본딩(금선연결)→플라스틱 패키지→볼부착’의 과정을 거치지만 WLP 방식은 ‘웨이퍼→절연물질→배선→절연물질→볼부착’의 과정이 적용된다.
‘WLP’는 패키지 재료로 사용되던 플라스틱 대신 웨이퍼에 구현된 각각의 칩 위에 감광성 절연물질을 입히고 배선연결 후 다시 절연물질을 덧씌우는 간단한 절차로 패키지공정이 끝난다.
◇장점은 무엇인가=칩과 동일한 크기로 패키지가 가능해 반도체의 소형화를 위해 적용돼 왔던 기존 칩 스케일 패키지(CSP) 방식보다도 20% 이상 패키지 크기를 줄일 수 있다. 따라서 동일 면적의 메모리 모듈에 보다 많은 칩의 탑재가 가능해져 대용량 메모리 모듈제작이 한층 쉬워진다.
세트업체 입장에서도 동일한 실장 공간에 대용량 메모리의 내장이 가능해지고, 시스템 디자인 및 성능에 막대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는 외부연결용 배선 길이가 짧아져 칩의 전기적 특성이 대폭 향상됨은 물론, 열방출 특성도 타 패키지와 비교해 우수하기 때문에 메모리 제품 고속화에 따른 과열현상을 방지하는 등 반도체 제품의 특성 및 신뢰도 측면에서도 혁신적인 개선이 가능하다.
◇패키지기술 혁신은 계속된다=반도체 패키지 기술은 지난 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반도체 칩 보호와 칩과 다른 부품의 연결 기능을 하는 보조적인 역할을 해 왔지만, 현재는 휴대형 디지털 기기의 확산으로 용량 및 속도에 이어 또 하나의 핵심 기술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휴대형 디지털 기기의 성능향상과 경박단소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그 중요성이 한층 부각되고 있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개의 메모리 칩을 쌓아 하나로 패키지한 6칩 다중칩(MCP)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으며, 동일 크기의 패키지로 2배 용량 확대를 구현하는 듀얼다이패키지(DDP), 핵심 칩을 묶어 패키징해 시스템을 구현하는 시스템인패키지(SiP) 등 첨단 패키지 기술로 반도체 패키지 기술시장을 주도해 왔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