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로봇인가 서비스용 로봇인가?
최근 일부 로봇 전문가들이 정부 차세대 로봇사업의 최우선 과제에 대해 이견을 내놓는 등 방향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한국 실정을 감안해 서비스용보다는 산업용 로봇 육성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
이는 한국산 군사용 로봇 롭해즈의 이라크 파병, 지휘로봇과 걷는 로봇 등의 등장으로 우리로봇산업이 일반인과 점점더 가까와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더욱이 정부가 이미 이런 부분을 충분히 감안해 신성장동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산업로봇 강화 주장이 식지않고 있다.
일부 산학계에서 내놓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제조업의 핵심지원수단으로서의 로봇에 대한 논의 부족’ 주장이 과연 향후 신성장동력사업 통합조정 과정에서 얼마만한 영향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이과정에서 과학기술부·산자부·정통부가 역할을 분담해 개발하는데 따른 부작용을 어떻게 해소할지 여부 또한 관심거리다.
◇“산업용 로봇에 초점을 맞춰야”=최근 한국산업기술대 김성권 교수는 공학한림원 주최 CEO 조찬집담회에서 ‘로봇산업의 현황과 전망’ 주제의 강연을 통해 “로봇관련 산업은 고용창출과 제조산업 공동화 대처를 위한 부품 및 제조장비 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추진해야한다”며 “로봇관련 투자는 3분의 2를 사업화에, 3분의 1을 연구에 할당하는 게 효과적이다”이라고 주장했다.
김교수는 이어 “서비스용 로봇 시장이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제조용 로봇과 비산업용(의료, 군사용)의 절반 수준”이라며 “국가 정책도 산업용 로봇에 더 초점을 맞춰야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의 실정을 감안할 때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연관 사업과 부품소재 등 후방 산업에도 연계가 되는 산업용 로봇 연구개발 및 산업화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로봇업계 관계자도 “로봇 산업을 육성하자며 정부에서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으나 정작 견실한 제조업체와 부품소재 업체는 거의 없으며 있어서 고사 위기에 있다”며 “정작 누가 국부를 창출해낼 것인지를 봐서 지원해야 한다”라고 말해 로봇 산업 육성 정책과 산업화에 심각한 괴리가 있음을 시사했다.
◇ “서비스용 로봇이 가능성 크다.”=그러나 오상록 지능형서비스로봇프로젝트메니저(PM)는 서비스용 로봇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며 이와 같은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오 박사는 “현재 시점에서는 세계시장의 90%가 산업용 로봇이고 일본·미국 등 선진국이 선점하고 있지만 서비스용 로봇의 성장 가능성이 커 2013년께는 산업용 로봇 규모를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지금부터 원천기술 개발과 산업 육성을 동시에 추진한다면 미래 3대 로봇 강국의 위치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1세기 프론티어 ‘인간기능생활지원지능로봇기술개발 사업단’의 관계자도 “로봇 산업의 항구적 발전을 위해서는 원천기술 확보가 중요하다.”라며 “각 분야가 고루 발전할 수 있도록 역할분담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차세대 로봇과 관련 과기부는 △21세기 프론티어 사업단을 통해 기초 로봇연구를, 산자부는 △‘지능형 로봇사업단’을 통해 산업용 로봇을, 정통부는 △지능형 서비스로봇 R&D를 통해 서비스 로봇을 각각 개발 중이며 과기부는 ‘실무위원회’를 통해 통합 조정 업무를 가속화할 계획이다.
◇통합조정시점됐다= 이처럼 산학연 간에 로봇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은 같지만 방법론에 있어서는 과기부,산자부, 정통부가 제각기 역할을 맡는 만큼 다양한 의견이 여전하다. 향ㅇ후 전개되는 로봇산업 정책진행에 대한 방향성 정립도 그만큼 논란을 가져올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광운대 김진오 교수는 “과기·산자·정통부가 따로 추진해온 계획을 이젠 통합조정할 때가 됐다. 그러나 어느 한 분야만 중요하다고 할 수 없는 만큼 힘든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