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방송규격인 OCAP(OpenCable Application Platform)방식 셋톱 개발에 앞서가는 삼성전자와 미국 방송장비시장을 주도하는 모토로라가 이번주부터 양사의 셋톱과 헤드엔드(케이블카드 포함)간 정합 시험을 시작할 예정이어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OCAP은 미국내 케이블방송의 데이터방송규격이며 향후 미국 양방향방송이 궤도에 오를 경우 시장 공략을 위한 열쇠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OCAP 미들웨어를 개발하는 등 새롭게 형성될 양방향 셋톱박스 시장에 공을 들여왔다. 특히 이번에 삼성전자가 미국 최대 방송장비업체인 모토로라와 정합시험을 시작함으로써 시장 선점을 위한 첫 발을 크게 내딛는 셈이다.
20일 삼성전자와 모토로라코리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번주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모토로라의 연구소를 방문해 모토로라의 양방향 네트워크와 자사의 양방향 셋톱박스를 정합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이번 정합 시험은 모토로라의 양방향 케이블카드를 활용할 계획이다. 따라서 모토로라의 케이블카드가 삼성전자의 셋톱박스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와 함께 양방향방송이 이뤄지는지가 확인될 전망이다.
◇미국 시장 진출의 교두보=모토로라는 SA와 함께 미국 방송장비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 발을 들여놓기 위해선 모토로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삼성전자로선 미국 진출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당연한(?)’ 절차인 셈.
삼성전자의 관계자는 “미국 시장을 고려해서 모토로라의 케이블카드와 정합 시험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기회가 된다면 셋톱업체로선 모토로라, SA 등과의 정합 시험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특히 데이터방송규격인 OCAP 미들웨어를 개발완료해 놓은 상태로 이 시장 선점에 유리한 입장에 있다.
제프 피네로 모토로라코리아 BCS부문 지사장은 지난 4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모토로라는 한국 셋톱박스의 미국 진출을 돕고 있으며, 이를 위한 프로젝트가 이미 진행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주문형비디오(VOD)방송으로 협력 가능성 대두=양방향 셋톱박스는 일차적으로 데이터방송을 지원할 수 있는 역할을 하며, 삼성전자는 우선 모토로라와 이 부분을 위한 정합 시험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양방향셋톱이 곧 VOD방송을 위한 단말기로 나아가기 때문에 모토로라-삼성전자 간 제휴가 깊어질 가능성이 있다.
모토로라는 지난주 제주에서 열린 ‘KCTA2004’ 전시회에서 미국 양대 VOD서버업체인 컨커런트와 연계한 ‘VOD 시스템’을 선보였다. 따라서 ‘모토로라의 헤드엔드’-‘컨커런트의 VOD서버’-‘삼성전자의 셋톱’-‘모토로라의 케이블카드’로 이어지는 VOD 시스템 연계도 가능한 모델로 떠오른다.
특히 한국과 미국은 같은 ‘오픈케이블방식’을 표준으로 정하고 있어, 이런 모델이 더욱 구체성을 띠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우리가 관심 있는 (비즈니스)가능성 중 하나는 OCAP과 VOD를 같이 서비스하는 모델”이라며 “그러나 아직 컨커런트와 어떤 협상이나 접촉도 없었다”고 말했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